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환경 탓도 있고 본인의 성품 탓도 있다. 내성적이고 활달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단체나 조직에 잘 순응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낙천적이며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둘 중 어떤 사람들이 세상을 좀 더 쉽게 살아갈까. 후자, 즉 낙천적이며 외향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좀 있더라도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뭐,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이지”하며 하루 이틀 마음 쓰다가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일상사로 돌아간다. 참 좋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27일 오하이오주의 차든고등학교 식당에서 한 남자 고교생이 총격(총기)사고를 일으켜 학생 5명이 총상을 입었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다. 자세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학생들에 의하면 평소 그는 내성적이며 동료들로부터 왕따, 즉 집단 따돌림을 당해왔다고 한다. 2007년 4월19일 버지니아공대에서 벌어진 조승희군의 총격 사건은 세계를 경악케 했다. 그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교수와 학생 등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학생들에 의하면 조승희군은 친구가 별로 없는 내성적인 성격이며 병적인 증오감을 지닌 항상 외톨이였다고 한다.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집단따돌림, 즉 왕따가 원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내성적인 사람들만 왕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 중 너무 튀는 사람도 경우에 따라 왕따가 될 수 있다. 왕따란, ‘왕(王)따돌림’의 준말이며 영어론 ‘bullying’이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은 ‘a bullied person’이다. 집단으로부터 계속 따돌림을 당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는 사람을 말한다.
왕따를 비롯한 ‘따’자로 끝나는 따돌림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왕따=누구에게나 따돌림. 은따=은근이 따돌림. 전따=집단 전원에게 따돌림. 반따=반 안에서 따돌림. 대따=대놓고 따돌림. 뚱따=뚱뚱해서 따돌림. 찐따=다리가 잘린 사람을 지칭했으나 ‘찌질이 왕따’를 속되게 부른 말. 직따=직장 내에서 따돌림. 집따=집안에서 따돌림 등등.
한국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10.7%, 중학생의 5.6%, 고등학생의 3.3%가 왕따를 경험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선 왕따가 청소년 자살과 범행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한국 취업포털 <사람인>, 2012년 1월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 2975명을 설문한 결과 45%가 직장에 왕따가 있다고 했으며 58.3%가 왕따 문제로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왕따의 요인 중 환경적 원인은 첫째,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소통창구의 부재이다. 두 번째는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프로그램의 부재이다. 자신을 숨기며 잘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사람들이 왕따가 되는 첫 번째 원인에 해당된다. 그들에겐 아주 절친한 친구가 없다. 그렇다고 멘토(mentor:조력자)도 없다. 그래서 고민이 있어도 말할 상대가 없다.
자신이 세상만사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친구도 맨토도 필요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란 그렇지가 못하다. 독불장군 없듯이 세상일이란 협력하고 후원과 도움을 받아 해결할 일이 더 많다.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이지 못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에겐 고통이다. 모두가 적으로만 여겨지기에 그렇다. 그러니 왕따란 자신이 만들어가는 과정일수도 있다.집단 따돌림 혹은 집단 괴롭힘, 왕따를 다른 말로 ‘모서리주기’라고도 한다. 모서리란 각의 가장 끝 부분을 말한다. 한 점이다. 왕따란 사람을 홀로 서있게 하는 것과도 같다. 아무에게도
구원을 받지 못하는 홀로 서 있는 사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서리 점까지 다다른 사람에겐 목숨을 스스로 끊거나 아니면 조승희처럼 ‘묻지 마 범죄’같은 행위로 나타난다.
지금 이 시간. 혹여나 우리 스스로가 왕따 집단에 속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있지나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 아님, 자신이 왕따의 대상이 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따는 범죄 행위다. 해서도 안 되며, 있어서도 안 된다. 모두가 다 서로 왕따가 아닌, 관심을 갖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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