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초로 기억된다. 당시 집을 떠나 법대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잠시 집에 다니러 왔다가 농구 게임 하나를 보러갔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나의 모교 T.C. 윌리엄스(티시) 고등학교와 훼어팩스 카운티의 강호 웃슨 고등학교가 지역 고등학교 리그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전력은 막상막하로 시합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계속 서로 리드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게임 종료 불과 몇 초 남기고 티시가 득점하여 1점 차이로 앞서 나갔다. 웃슨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포인트가드가 인바운드 패스를 받았다. 단독 드리블로 코트의 중앙선을 막 넘었다.
전광판의 시계는 제로에 다가갔다. 거의 해프코트가 되는 지점에서 슛을 했다. 그대로 네트에 꽂혔다. 순간 웃슨 관중석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고 내가 앉아 있던 티시 쪽은 그냥 망연자실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심판들은 슛이 시도되기 전에 이미 게임이 종료된 것으로 판정을 내렸다. 결국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고 티시가 1점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게임에서 웃슨의 포인트가드가 타미 애머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내가 응원하는 모교 팀의 우승을 가로막을 뻔한 상대팀 선수였지만 그 후 나는 애머커 선수의 팬이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구 명문 듀크 대학교에 농구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그리고 1학년 때부터 주전 포인트가드로 뛰면서 갖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1986년에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세계농구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한다.
애머커 선수는 대학을 졸업한 1987년 NBA 프로농구팀인 시애틀 수퍼소닉에 3라운드에서 드래프되지만 프로 선수로 뛰기엔 너무 작은 체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계약 체결에 실패하고 다시 듀크 대학교로 돌아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는다.
비록 프로팀 입단은 좌절되었지만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농구를 잊지 못해 듀크 대학농구팀에서 코치 보조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석사학위 취득 후인 1989년부터 1997년까지는 아예 듀크 농구팀의 정식 보조 코치를 맡게 된다.
그 후 시튼홀 대학과 미시간 대학 농구팀 감독을 차례로 맡게 되었고 2007년 흑인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 농구팀 감독으로 부임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현재 미국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학교 2학년의 제레미 린 선수를 만나게 된다.
애머커 감독은 하버드 대학 농구팀에 부임한 후 고참 선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나름의 기준으로 팀을 재정비한다. 대대적인 재정비 속에도 린은 살아남는다. 물론 린의 뛰어난 능력이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겠으나 애머커 감독의 선수를 보는 탁월한 안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주 동안 전 세계는 제레미 린이 가져다 준 흥분에 대해 여러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린의 과거와 현재 활약상을 보도하고 그가 가져다 준 영향에 대해서 논평하고 있다. 그를 타이거 우즈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을 얻어가는 다른 젊은이들의 등장과 바람도 거론한다.
그의 갑작스런 성공에 시샘하는 이들도 나타난다. 그의 이름을 딴 신조어들이 생기고 린버거, 린앤드타닉 등 그의 이름을 붙인 음식도 팔리고 있다. 뉴욕 닉스 경기의 입장권이 좋은 좌석은 1,500 달러씩이나 간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어떤 훌륭한 선수나 인물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그 뒤에서 수고한 사람들이 있다. 린이 지금과 같은 스타가 되기까지 어렸을 때 그에게 처음으로 농구를 지도했던 그의 아버지, 농구 명문대에서 외면당한 그가 계속 선수로 뛸 수 있도록 여러 대학을 접촉하며 길을 열어주었던 고등학교 코치가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제대로 포인트 가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기회를 주었던 애머커 감독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천부적인 재질과 비상한 두뇌, 노력이 있었고 행운도 따랐다. 그러나 그를 돕고 가르쳐 오늘의 그가 있게 한 여러 사람들의 공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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