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외지역인 랜초 쿠카몽가의 한인가정에서 지난 22일 저녁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6살의 아들이 어머니를 골프채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60세의 어머니는 턱뼈가 부셔지고 양손목이 부러지며 상반신 곳곳이 골절된 참혹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후 다음날 아침 사망했다. 부모와 자녀사이에 이 보다 더한 비극은 없다.
뉴스를 들은 주변 사람들, 특히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가진 엄마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철렁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살인자와 피살자로 갈라진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가족들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청년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청년이 3년 전에도 폭행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고, 이웃들이 보기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 했으며, 무직상태로 부모와 같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 정도가 전해졌다.
전면으로 드러난 사건 외에는 아무 것도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한인 부모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받아들이며 가슴 철렁해 한다. 20대 아들과 최근 심하게 언쟁을 한 엄마는 당시의 섬뜩한 느낌이 떠올라서, 취직 못해 집에 얹혀사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했던 아버지는 그 일이 마음에 걸려서 남의 일 같지 않은 심정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 숨진 여성과 동년배이자 아들도 그 청년 또래라는 한 주부는 말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엄마는 엄마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요? 혹시 그 엄마가 심하게 잔소리를 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아들 잘 되라고 한 것이었을 텐데 … 똑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심히 가슴이 아파요.”
한인가정에서 존속살인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 전에도 아들이 엄마를 살해하는 사건이 그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난 1999년 업랜드에서 15살 소년이 엄마와 여동생을 총격 살해해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었다.
그 5년 후에는 오하이오에서 22살의 아들이 60대 후반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아들은 차를 몰고 나가려 하고 아버지는 이를 막으며 언쟁을 벌이던 중 격분한 아들이 그대로 차로 돌진해 아버지가 절명했다. 청년은 명문대학에 입학할 만큼 수재였지만 10대 후반부터 난폭한 행동을 보이며 말썽을 빚어서 부모의 근심이 되었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상상을 못하지만 자녀, 주로 아들의 폭력이 두려운 부모들이 예상외로 많다. 남가주의 한 비행 청소년 선도 기관 대표에 의하면 자기 아이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아이의 기를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1년이면 10여 건이 된다. 한창 기운 펄펄한 10대 아들이 폭력을 휘두르면 특히 편모 가정의 엄마들은 속수무책이다. 매일 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기분이라고 한다.
사내아이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대개 사춘기부터이다. 이전까지 온순하던 아이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거나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의 행동을 보여서 부모들을 놀라게 한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죽 끓듯 치솟는 감정을 스스로도 어쩌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때로 말썽도 피우고 실수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지면서 의젓한 성인이 된다. 문제는 그 때 바로 잡아지지 않는 케이스들이다. 한 청소년 전문가는 말한다.
“15살이 고비입니다. 남자아이들은 13살 때 사춘기 현상이 나타납니다. 반항하고 방황하는 것이지요. 이때 부모가 싸워가면서라도 아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여 정도입니다. 그런데 15살까지도 아이가 통제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부모가 감당하지 못합니다. 감정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아이가 폭력을 휘둘러서 부모가 벌벌 떠는 상황이 됩니다.”
소위 반사회적 성격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에게 고통을 주면서 쾌감을 느끼는 선천적 으로 악한 성격이 드물지만 있다. 그 외에는 대개 지나치게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분노가 쌓인 경우,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들이다. 원인은 달라도 한가지 공통점은 분노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다. 화가 치솟는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해서 존속살해 같은 참혹한 죄를 범하게 된다. 분노로 눈이 멀어 괴물이 된 것이다.
랜초 쿠카몽가 사건의 진상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서 분노조절을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화를 억제하지 못해 소리 지르고 때리며 자녀를 키우면 그 자녀도 자라서 똑같이 행동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권정희 /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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