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LA 시의회 선거구 재조정 공청회를 앞두고 지인들로부터 참여해 달라는 독려 전화가 여럿 들어왔다. LA 시의회가 시 헌장에 따라 매 10년마다 최소한 1번 총 15개 구역으로 나뉜 선거구 경계를 재조정하면서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안이라 다른 약속을 제쳐두고 모임 장소인 한인타운 내 윌셔이벨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은 각 커뮤니티 참석자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한인들의 참여는 어느 타 커뮤니티 보다 높았다. 대략 500~600명 정도 되면서 전체 참석자의 과반수가 되었다.
한인들은 LA 한인타운을 4개의 선거구에 분산시킨 현재의 초안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한인타운을 단일 선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때론 열정이 가득한 설득으로 피력했다. 백인, 라티노 등 타인종 커뮤니티 참석자들도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에 대한 찬성과 지지 발언을 해주었다.
이날 공청회는 2월중 총 7번 계획된 선거구 재조정 공청회 중 첫 번째 모임이었다. 이번 공청회의 최대 쟁점은 인구증가, 경제 성장 등 양적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인타운을 선거구 재조정위원회가 한인 커뮤니티의 요청을 무시한 채 4개의 선거구로 나눈 초안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개정을 강력히 촉구해서 커뮤니티의 오랜 숙원인 선거구 단일화를 기필코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의지였다.
이번 초안에 찬성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50대 백인 여성은 자신을 ‘윌셔지역 주택 소유자 권익 모임’ 회원으로 소개하며 주택가격의 유지와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권익을 위해서 초안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70대 유태인 노인은 정통파 유태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러 나왔다며 행콕팍과 윌셔가에 이어지는 주거지역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희망 한다고 하였다.
찬성보다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고 논리적이며 현실적이었다. 웨스턴가 서쪽 5지구에 10년 이상 거주해오고 있다는 40대 중반의 백인 교수는 경제적 차원과 문화의 존중 그리고 각 커뮤니티 간 교류 증대를 위해서도 한인타운을 여럿으로 나눈 현 초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일 선거구로 통합된 한인타운의 성장 동력이 LA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는 발언하였다.
40년 경력의 올드타이머 원로 변호사는 4.29 폭동이 일어나자 경찰들이 이런 저런 핑계로 나서지 않더라며 유독 한인타운이 잿더미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여러 구획으로 나뉜 선거구로 인하여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나약한 정치력 때문이었다고 지적하였다. 아픔으로 남은 이러한 교훈은 한인 커뮤니티로 하여금 선거구 단일화의 염원을 갖게 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의 초안은 그 암울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음을 시의원들은 직시하고 선거구 재조정에 반드시 반영해야 시의회 헌장에 명시된 ‘주민들의 공동이익의 배려’ 원칙에 합당할 것이라는 권고 발언을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소수 시의원들의 입김으로 인해 주민들의 바람은 무시되고 다분히 게리맨더링 식으로 선거구가 나뉘는 것은 문제이다. 정치인들의 재 선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표밭 나누어 먹기 식 작태가 이대로 남아 있다면 LA시는 존경받는 도시로 인정받기 힘들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문화적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본다.
LA 한인사회는 이번 ‘선거구 단일화’라는 계기를 통해서 미 주류 정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투표율도 높여야 하겠다. 1세와 1.5세, 2세들 모두가 함께 단합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인타운이 단일 선거구로 확립된다고 가정해 보면 한인의 정치력 신장과 더불어 경제적 발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발전’에는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이 동반되어지는 만큼 타운 내 히스패닉 등 저소득층 주민들에 대해 배려에도 커뮤니티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타 커뮤니티와의 빈번한 만남과 소통을 통해 우의를 다짐으로써 동반성장하는 LA시가 되도록 노력하는 데 한인사회가 주축이 되어야 하리라 본다.
심흥근/ 컨설팅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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