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이면서 자선사업으로 높이 존경 받고 있는 워렌 버핏의 집무실에 유일하게 걸려 있는 액자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데일 카네기 연수원 수료증이다.
1937년 데일 카네기(1888~1955)에 의해 저술된 후 75년 동안 3,0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내 사람 만들기)’라는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책의 핵심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청취할 것, 과오가 있었다면 즉시 그리고 철저하게 인정할 것, 어두운 표정을 짓지 말고, 밝은 표정으로 자주 미소를 지을 것 등등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관계의 요체이며 기본 태도이다.
이 책의 제1장 사람을 다루는 기본적인 방법에는 “비평, 비난, 불평하지 말라”고 쓰여져 있다. 비평 대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헤아려 보라. 그러면 네게 유익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한 자세는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첩경이다.
한국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책위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말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리는 일련의 조치는 “친구를 만들어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라”는 조언과 크게 배치되는 결정들이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정치인들이 결성한 정당이다.
그러나 지금 비상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의 기본 이념을 명시한 정강정책뿐 만 아니라 당명까지 바꾸려 한다.
한 마디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심산이다. 정강 정책에서는 북의 인권과 개방 부분을 삭제하여 김일성 가의 60년 독재체제하에서 고통받는 북의 동포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의 현 체제를 수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더구나 당의 이념과 가치를 대변하는 당명에 까지 손을 대고 있다. 새로 개명하였다는 당명에서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려는지 알 길이 없다.
정치 선진국들의 정당명을 보면 그 이름과 역사성에서 선명성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화당(Republican Party)과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Democratic Party), 영국에서는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겠다는 노동당(Labour Party)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 자민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등 이름에서 그들의 목적과 모토를 간파할 수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새로 결정하였다는 ‘새누리’에서 국민들은 그들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누리’ 즉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지기를 바라는 모양이나, 그 보다는 포퓰리즘의 냄새가 짙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 시비가 일자 “우리가 일을 잘 하면 당명에서 오는 이미지도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만일 그런 자세라면 왜 굳이 당명을 바꾸려 드는가? 또한 결정과정도 민주적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에 의한 결정은 독선이며 독재적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정한 지도자, 영도자가 되려면 현재 고통이 수반되는 정책이라도 국민을 설득, 동의를 얻어 대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박근혜가 어떤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는 지 아직 분명하지가 않다. 대통령직 당선을 위하여서라면, 국가재정은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과거와 관련한 부정적인 요소는 모두 부정하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박근혜는 부친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자란’ 정치인으로서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는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제국의 육군장교 출신이었다. 일본군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에서 교육받지 않은 ‘박정희 장군’과 ‘박정희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사 중 아름다운 것만 내 것이고, 과오는 모두 다른 이 ‘탓’으로 ‘비평, 비난, 불평’하는 것은 카네기의 ‘내 사람 만드는 방법’과 크게 배치된다. 적만 양산시킬 뿐이다.
현재는 과거가 있기 때문에 있고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카네기의 책을 읽었으면 한다.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안고 가려는 넓은 아량과 큰 도량을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한태격/ 뉴욕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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