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에게
플로리다 경선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선거 유세를 하겠네요. 이쯤에서 “다음 세기는 포스트 미국의 세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롬니씨가 늘 하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흔들리는 세계의 축>의 저자로서 당신이 공격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첫 장에 ‘<흔들리는 세계의 축>은 미국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세계의 부상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썼습니다. 저는 사실 미국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새로운 세계에서도 번영하고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저는 소련 붕괴 후 시작된 미국의 단일체제가 끝났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회주의가 붕괴한 뒤 25년 동안 정치적, 경제적 경쟁자 없이 홀로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됐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른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1990년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는 GDP가 8%로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경제는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경제적 측면만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군사력 또한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해군 함대가 2008년 이후 아덴만에서 호위한 선박이 4,300대가 넘습니다. 2025년에는 중국의 국방비용이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외교활동도 활발합니다. 지난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는 중국 권력서열 4위 지도자가 참석해 2억달러 규모의 복합건물을 지어주고 9,400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중국뿐이 아닙니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장을 기반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들이 세계무대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터키는 20년 전만 해도 군부 지배로 민주주의가 취약했고 서구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경제규모가 1조 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6.6%나 성장했습니다. 2009년 4월 이후에는 유럽연합과 러시아, 남아프리카가 창출한 일자리보다 더 많은 3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터키의 활발한 외교정책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브라질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1990년만 해도 수십 년간 이어지던 독재체제에 신음했고 3,000%의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1992년에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이행되고 외환거래시장도 3,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외교정책도 뛰어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라질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뛰어난 외교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쿠바를 방문 중인 호세프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국가개발은행도 쿠바 마리엘 항의 재건을 위해 6억8,000만 달러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30년간 서구 세계로부터 강대국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인도도 경제가 급성장하고, 아시아가 주목받으면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지난 5년간 인도를 특별 예우하고 새로운 동맹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세계는 과거 미국의 단일 체제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흥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성장에 감탄을 보냈습니다. 오랜 서구우방간의 관계보다 주요 20개국(G20)을 중시합니다. 다자간 협상을 강조해 동맹구조와 국제적 합법성을 동시에 만족시켰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동맹을 이끌어내 이란을 상대로 한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지난해 리비아 사태에 서방의 개입을 요청한 아랍연맹의 움직임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롬니씨는 이 같은 외교 접근법을 전반적으로 비웃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신 일방적인 행동과 군사력 팽창을 강조했습니다. 그런 주장이 공화당 경선 투표자들에게는 먹힐 수 있겠지만, 자신만만한 승리주의만으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급부상한 세력들로부터 인기를 얻지도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이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부르든, 그것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국일보 특약>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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