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이름은 ‘이스마일리아 광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해방(liberation)을 뜻하는 ‘타흐리르 (Tahrir)광장’으로 바뀌었다. 그 타흐리르 광장으로 수십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역사가 바뀌었다. 튀니지에서 점화된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이집트 민주화의 상징인 이 타흐리르 광장을 통해 전 아랍권으로 번져 나간 것이다.
그리고 1년. 또 한 차례의 정치 대지진이 예고되고 있다. 그 예상 진앙지는 그러나 중동지역이 아니다. 동아시아지역이다.
모두 17 나라를 포용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진정한 의미의 자유 민주국가는 그 중 이 세 나라뿐이다. 선거는 민주적 방식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치적 제한이 따른다.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고가 그렇다. 나머지 10개 국가는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다.
이 동아시아의 정치지형이 머지않아 구조적 변화를 맞게 된다는 전망이다. 부분적인 자유 민주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권위주의 국가들도 민주주의로의 체제전이를 겪게 되면서 동아시아는 가까운 장래에 정치적 대격동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저널 오브 디모크라시(Journal of Democrcy)’가 프란시스 후쿠야마, 민신 페이, 래리 다이어몬드 등 전문가들을 동원해 미얀마 같은 고립된 체제에서 조차 정치개혁과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치적 흐름을 진단했다. 그리고 내린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그리고 또 가장 강력한 민주화 지진이 발생할 곳으로 예상한 곳은 중국이다.
‘경제적 발전은 궁극적으로 민주화를 불러 온다’-. 현대화에 대한 고전적 이론이다. 이 이론을 토대로 헨리 라우웬은 1996년 이런 전망을 했었다. “중국은 2015년께 부분적인 자유 민주국가가 되고 2025년께에는 완전한 자유민주국가가 된다.”
이 전망은 한동안 배격됐었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의 혼합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그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상당한 탄력성을 보이면서 이 고전적 현대화 이론은 한동안 잘못된 이론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그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진단을 이 잡지는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소득은 구매력 기준으로 7,500여 달러를 마크, 내년이면 한국이 민주화를 이룩한 1988년 수준(구매력 기준으로 9000여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이 소득이 증대와 함께 중국 사회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정치적 대변화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널 오브 디모크라시’는 그렇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오직 경제적 데이터에만 의존한 라우웬의 전망보다 어쩌면 더 빠른 시일 내에, 그것도 급격하고, 파열에 가까운 정치적 변화를 중국은 맞이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그 같은 전망을 내리고 있나. 대만이란 변수가 그 중의 하나다. 대만과의 빈번한 교류는 민주화로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같은 중국 사회다. 그런데 대만은 민주화를 이룩했다. 문화적 차이로 민주주의가 맞지 않는다는 북경의 주장이 허구임이 증명된 것이다.
“역설적인 사실은 중국과 대만이 하나가 될 때 통일된 중국은 현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갈망해 온 통일과 정반대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잡지의 지적이다.
북경당국이 보이고 있는 중증의 ‘고르바초프 증후군’이 또 다른 변수다. 자칫하다가는 소련을 구하려다 해체시킨 고르바초프 같이 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 결과 정치개혁에 관한한 극도로 경직돼 있는 것이 현 중국의 지도자들이다.
바로 이 점을 지적해 후쿠야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치적 적응력이 결여돼 있는 것이 현 중국 공산당 체제로, 바로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부패할 대로 부패했다. 환경은 오염되고 불평등은 심화만 되어간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이 문제들은 방치된 채 시간은 흘러간다. 한 해, 두 해…. 좌절감만 쌓여가면서 소요사태만 잇단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빗발치는 것은 민주화 요구의 들리지 않는 거대한 함성이다.
“중국 공산집권당의 힘이라는 것은 점차 환영(幻影)같이 되어가고 있다.”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국의 현 체제를 빗대 민신 페이가 한 말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거품현상을 보인지 이미 오래다. 그 가운데 수천만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 그리고 은퇴기를 맞은 근로자들은 정치적 불만세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돌아갈 ‘파이’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헨리 라우웬의 전망은 너무 늦게 잡은 것이 아닐까.” 중산층마저 동요하고 있는 중국, 비등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현재의 중국을 바라보면서 다이어몬드가 내린 결론이다. 중국 공산당의 지배는 길어야 10년이고 그 전에도 종국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민주화는 동아시아지역에서도 대세다. 한 세대 전 한국이, 또 대만이 겪은 민주화 과정을 중국은 답습할 수밖에 없다. 그 길을 베트남이, 미얀마가 뒤따른다, 전체 동아시아지역의 민주화로의 전이가 10년도 안 되는 세월 안에 이루어진다는 거다.
시선은 여기서 북한에 머물게 된다. 세계 유일의 3대 세습 독재체제- 그 체제가 도도히 몰아치는 민주화 격랑 한가운데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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