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기업 코닥이 얼마 전 파산을 신청했다.
필름의 대명사 ‘황색 거인(Yellow Giant)’이라고 불리던 코닥이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대처하지 못하고 끝내 파산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파산 신청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기업의 종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시대를 주름잡던 코닥 같은 기업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 한편으로는 무언가 착잡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 이 세상이 계속해서 그리고 급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무한경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중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고 또 미국은 자본주의 종주국이라고 한다면 미국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그동안 무수한 기업들이 부침해 왔는데 그 때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와 사회, 문화와 이미지도 달라져 왔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나라이지만 미국의 기업 역사만큼은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기업들 중에도 CIGNA(보험), 짐 빔(주류), JP 모건 체이스(금융), 듀폰(화학), 콜 게이트(소비재), 와일리(출판), 씨티그룹(금융) 같은 회사들은 18세기말-19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그 상호나 상품 이름이 지금까지 200여 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오래된 기업들이다(합병 등으로 회사의 정식명칭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장수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문을 닫는 회사들도 많이 있다. 장사가 안 돼서 그만두는 기업들도 많고 흡수, 합병으로 간판을 내리는 회사들도 많다. 미국에서는 일일 평균 150개 이상의 중소기업, 대기업, 개인 기업들이 파산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잘 알려져 있던 커다란 회사들 중에도 코닥처럼 파산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때 전 세계에 미국의 이미지를 싣고 날던 팬암 항공사를 비롯해서 이스턴, TWA, 노스웨스트 항공사 등이 파산, 흡수, 합병되어 사라졌다. GM, 포드, 크라이슬러에 이어 제4의 미국 자동차회사였던 아메리칸 모터스가 사라진지도 오래 됐다. 몽고메리 워드 같은 백화점, 콤팩이나 게이트웨이 같은 컴퓨터 회사, E.F. 허튼, 아서 앤더슨, 리먼 브라더스 같은 월가의 회사들, 그리고 웨스팅하우스, MCI, 엔론 같은 기업들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경제와 경기가 오르내림에 따라 기업들의 운명도 바뀌고 있다. 다만 오늘날의 급변, 속변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의 흥망성쇠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그 진폭도 커지고 있다.
코닥의 사라짐이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코닥 자체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GM이 파산 위기에 처했던 것이(그래서 한국 언론들이 ‘GM의 파산=미국의 파산’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것이) 불과 3년 전인데 그 사이 GM은 매출과 수익을 증대하여 다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타이틀을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이는 기업의 부침을 예견하기 힘들고 환경과 여건의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반면에 수많은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1,300여 개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구글, 이베이, 야후,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고 또 핀터레스트, 그루폰, 같은 ‘더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나이가 200년이 넘은 기업들도 있지만 극심한 경쟁과 변화 속에서 오늘날 기업들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수명은 13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창업주나 소유주가 바뀌어도 기업 자체는 영구히 존속하는 조직이라고 해서 기업을 가리켜 ‘Going Concern’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기업은 늘 변모하는 조직이라는 뜻에서 이를 ‘Evolving Concern’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장석정/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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