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싱 게임(guessing game) 제 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다. 김정일 사망 한 달을 맞는 시점을 전후에서다. 그 초점은 온통 김정은은 어떤 운명을 맞게 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잘해야 현재의 권력 교체기를 어렵게 버티는 정도가 아닐까. 최악의 경우는 내폭(內爆?implosion)의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고. 대다수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전망이다. 그 가운데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독특한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정은이 미얀마식의 개방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잡지는 북한이 머지않아 중국의 경제적 보호국이 되거나 아니면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미얀마식 외교를 염두에 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비슷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재난적인 경제상황이다. 그 위기를 종래의 ‘앵벌이 외교’로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은 ‘no’다. 김정은의 눈은 때문에 ‘동남아의 북한’으로 불리던 미얀마에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 미 프로농구(NBA)의 광적인 팬이다. 김정은이 지닌 이런 요소도 미얀마 식 개혁개방 가능성의 한 요인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1976년 9월9일 모택동이 사망했다. 이후 중국에서 전개된 사태와 현재 북한이 맞고 있는 상황은 너무나 흡사하다.” IDSA(Institute for Defence Studies & Analysis)란 싱크 탱크의 주장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도 같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모택동은 생전에 지방 공산당 간부에 불과한 무명의 화국봉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모택동 사망 후 극히 짧은 시간에 화국봉은 당과 국가와 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3관왕의 지위에 올랐다. 그 화국봉이 한 것은 오로지 모택동 노선을 충실히 답습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모택동이 저지른 크나큰 오류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중국 공산당의 권력지평에 거대한 균열이 인다. 결국 등소평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화국봉은 밀려난다. 그리고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나간다.
김정은은 말하자면 북한판 화국봉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판 등소평은 누가 될 것인가. 장성택, 김정희, 리영호. 3인의 섭정일까. 아니면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숨은 실세가 따로 있는 것일까. 단정적인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북한은 개방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 잡지는 내다보았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란 로드 맵이 있다. 게다가 북경의 중국식 개혁개방 압력은 계속 가중될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때 경제적 이득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 중국이 현재는 거의 유일한 후원국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북한의 개방을 거의 필연적 수순으로 본 것이다.
“…안과 의사 출신인 그는 정보기술(IT)분야에 관심이 많아 시리아 인터넷협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평소 과학강국 건설을 주장해왔다. 그의 취임 일성은 프랑스식의 사회주의를 혼합한 자본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문인과 교수 등 지식인 1000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당제를 검토하면서 정치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다.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런 그가 34세인 젊은 나이에 아버지 하페즈가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기대가 섞인 한 국내 신문의 그에 대한 평이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시리아는 그러면 어떤 상황을 맞고 있나.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계속되면서 공식적 통계로만 5400여명(반군 주장은 1만2000여명)이 학살됐다. 부자(父子) 독재 세습이 비극의 근원으로, 시리아의 시민 학살은 21세기 문명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같은 국내 신문의 최근 보도다.
인용이 길어진 것은 다름 아니다. 앞서 제시된 두 가지 시나리오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김정은이 북한판 화국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그러나 뭔가 직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다.
북한의 살길은 시장화 밖에 없다. 시장화 진행이 그런데 그렇다. 그 과정에서 군(軍)의 불만이 불거지면서 내부 갈등은 심화된다. 그리고 인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서 분노만 높아간다. 이런 것들에 포위돼 있는 게 김정은이다.
왕조적 독재국가, 특히 수령절대주의 체제는 극도로 경직된 체제로,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거기서 그러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유혈사태의 시리아’에서 그 답이 찾아지는 게 아닐까 해서다.
반(反) 김정은 전단이 청진시내에 무더기로 살포됐다. 뒤이어 전해진 소식은 김정일 장례 조문기간동안 보위부 간부 등 4명이 살해되고 그 시체 옆에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 한다’는 내용의 쪽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포스트 김정일의 북한의 정치지평에 벌써부터 뭔가 큰 균열이일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