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 개인인 사람에게 있어 그 사람의 종말은 죽음이다. 죽음을 통해 한 개인의 역사는 끝이 난다.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후 타인에 의해 평가된다. 평가란 죽은 사람에 대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객관성에 의한 정의다. 정의는 죽은 사람의 살아있을 때의 삶에 대한 양보다는 질적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한 개인의 종말은 죽음이지만 그 죽음은 한 개인에게 있어 우주의 종말을 뜻한다. 개인에게 있어 우주의 종말이란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이란 나란 존재가 우주 전체와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고로, 내가 있음으로 우주가 존재하며 내가 없음으로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죽음, 우주의 종말론 이전에 지구의 종말론이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2년 12월21일이 마야달력의 끝으로 예언가들은 금년이 지구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2009년에 상영된 “2012년”이란 지구최후의 날을 내용으로 한 영화도 나왔듯이 점성가들은 금년을 인류가 맞이할 마지막 해로 주시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종말론엔 3600년 주기로 공전하는 ‘니비루(Nibiru)’ 혹은 ‘행성 X(Planet X)’로 불리는 소행성과의 지구 충돌설이 있다. 또 지구의 자기장이 역전되어 북극이 남극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지구보호막의 파괴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 태양폭풍(Solar Storm)이 자기장
에 균열을 일으켜 지구를 파괴시킬 것이란 설도 있다.
그렇다면 학자들의 말은 어떤가. UC데이비스 존 홀 교수 등은 지구의 종말론은 근거 없다고 말한다. 미우주항공국 나사(NASA)는 태양계 행성들이 일렬로 서는 것도 계속 반복되어 온 것이며 니비루도 발견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2년이 운명의 해라는 생각은 이미 상당히 퍼져 있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5125년을 주기로 만들어진 마야달력(장기력)이 가장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가설과 예언으로 인해 벌써부터 생존주의자들은 대피소를 짓고 비상식량을 마련하고 있으며 더 늦기 전에 마야문명을 보아야 한다며 마야유적지(멕시코)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참에 돈이나 벌자고 관광업계에선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해롤드 캠핑목사는 2011년 5월23일 지구에 휴거가 온다고 예언했다. 휴거(携擧·rapture)란 기독교의 종말론적 해석으로 그리스도가 다시 올 때 그리스도인들이 공중에 함께 올라가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뜻이다. 일종의 종말론이다. 그러나 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캠핑은 그 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라디오방송에 다시 나오고 있다.세상엔 크게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한 가지는 참 설이요, 또 한 가지는 거짓 설이다. 참 설이란 역사와 과학과 자연이 증명해 주는 설이다. 거짓 설이란 말 그대로 거짓으로 사람과 사회를 현혹하는 설이다. 로렌스 조셉이 써서 상영한 영화 “2012년”은 말 그대로 설을 통해 돈벌이를 해 보자는 계획이었으나 흥행엔 실패했다.
해롤드 캠핑은 오지도 않는 종말을 예고해 무식한 신자들을 현혹시켰고 그로 인해 그가 주인으로 있는 방송에 돈을 투자하게 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종말론을 퍼뜨리고 있는 ‘2012종말론’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데니스 맥클란은 사업수익이 20배로 늘었다 한다. 마야의 달력, 정작 종말론을 믿는 마야의 후손들은 없다고 한다.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한 개인은 우주와 직결된다. 자신이 세상과 우주를 인식하지 못할 때 자신 안에선 우주도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죽음은 한 개인의 종말론 안에선 우주의 종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한 개인 혹은 더 나아가 인류 전체가 사라진다 해도 우주의 종말은 오지 않는다. 지구의 종말도 마찬가지다.지구의 존재가치는 인간 존재에 근거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지구 종말론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황폐해지고 있는 인간성상실의 종말론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는 1,000년 내 멸망할 것이라는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경고의 말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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