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북경의 조어대(釣魚臺)영빈관이다.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긴 녹색 테이블이 6각형으로 잇대어 놓여 있다. 출입구 쪽 상좌는 의장국인 중국의 자리다. 양 옆으로 북한과 일본의 테이블이 놓여있다. 중국과 마주보는 쪽에 미국이, 그 좌우가 한국과 러시아 대표의 자리이다.
6각형 모양의 이 회의석에 6개 나라 대표들이 처음 모인 것은 2003년 8월27일이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딴에 창조적인 외교능력을 발휘해 성사된 자리가 6자회담이다.
그 회의가 열릴 때마다 중원 천지는 꽤나 시끌벅적했었다. 춘추(春秋)시대 제후들의 회맹 모습이 그랬을까. 의장국 자리인 가운데 상좌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앵글이 잡힌다. 중국대표의 모습은 춘추시대 패자(覇者)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내로라하는 열강에다가 남북한을 아우르는.
6자회담만 열렸다 하면 생중계에 그런 법석이 없었다. 그러기가 몇 차례였나. 벌써 10년 세월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결과가 없다. 북한은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회담은 결렬, 원점을 맴돈다. 그 6자회
담이 다시 열릴 가망은 있는 것일까.
“그는 역사를 만들었다.” 칼 로브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쓴 글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첫 번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승리했다. 그 미트 롬니를 두고 한 말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선 경우를 제외하고는 첫 두 번의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은 기록이다.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미국의 차기 CEO’- 이코노미스트지의 제목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6개월에 걸쳐 미국의 50개주에서 치러지게 돼 있다. 그 지명전이 그러나 뉴햄프셔 예선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이야기다. 일찌감치 롬니 대세론을 펴고 나온 것이다.
롬니의 2연승과 함께 ‘오바마 머신’도 마침내 풀가동에 들어갔다. 롬니를 본선서 맞이할 상대로 파악, 그에게 초점을 맞추어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부터 롬니의 정치수사에 새삼 주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쏟아낸 발언들은 ‘집 안용’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선용’이 될 것이고 세계를 향한 발언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롬니는 그러면 어느 부문에서 특히 열띤 공방전을 벌이게 될
까. 경제가 그 한 부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게 해외정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남는 것을 당신들이 원치 않는다면 나는 당신들의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당신들은 이미 모시고 있으니까요.” 오는 21일로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예선을 앞두고 롬니가 한 연설내용이다.
오바마와 대조되는 해외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강력한 시사다. 우선 이란 정책이 그렇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사태는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에서 한 연설이다.
롬니가 바라보는 푸틴은 러시아제국 재건을 꿈꾸는 자이다. 그런 푸틴의 러시아에 유화책으로 일관하더니 WTO(세계무역기구) 가입도 허용했다. 그 오바마 정책은 해외정책상 최대의 오류라는 것이 롬니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정책에서도 롬니는 오바마와 각을 세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정책에도 비판적이다. 그러면서 그가 내세우는 것은 미국적 예외주의의 재천명이다. 미국은 세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한 마디로 그의 해외정책은 강경일변도다. 중국에 대해서 특히 그렇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서슴없이 비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정책이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공격을 한다.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본때를 보이겠다는 자세다.
그가 보는 쿠바, 이란, 베네수엘라 그리고 북한은 ‘깡패국가’일 뿐이다. 그 깡패국가의 일원인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도전자의 발언은 항상 강경한 법이다. 그리고 선거유세용 발언과 대통령이 됐을 때 발언은 다르게 마련이다. 롬니의 강경일변도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하면 되는 것일까. 그 답은 영어식으로 말하면 ‘Maybe’ or ‘Maybe not’이 될 것 같다.
왜 ‘Maybe not’인가. 롬니도 롬니지만 해외정책을 보좌하는 측근인물들의 발언이 대부분 강성으로 들려서다. 그 한 케이스가 미첼 리스의 ‘6자회담 불용론’이다.
워싱턴대학 총장인 그는 롬니의 해외정책 핵심참모다. 그런 그가 6자회담의 필요성에 강한 회의감을 표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진 북한체제를 머지않아 붕괴될 체제로 파악한 것이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롬니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그렇다. 그는 미국 내 대(對) 북한 최대 강경론자로, 이런 인사들의 합류는 뭔가 롬니 해외정책의 방향성을 암시해주고 있는 듯해서다.
앞서 질문으로 돌아가자. 6자회담이 다시 열릴 가망은 있는가. ‘Maybe not’이 그 답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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