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은 1948년에 쓴 자신의 소설 ‘1984’에서 수십년 후면 ‘빅 브라더’ 또는 정부가 모든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totalitarianism)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한 바 있다. 시민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는 현재 몇 안 남은 공산주의 국가들이나 독재국가들에서 뿐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1791년에 채택된, 흔히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라 불리는 미 연방헌법 개정의 제1조부터 10조의 제4조에 의하면 시민들의 신체, 주택, 서류나 물품들은 부당하게 수색되거나 압수될 수 없다. 물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수색당하고 체포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기계와 기술의 발달은 개정헌법 제4조의 확대된 해석을 요구한다. 11월 초 연방대법원에서 쌍방의 법적 이론이 개진된 연방 정부 대 존스 사건이 좋은 예일 것이다. 제4조에 보장된 보통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는 오늘날 우리 위를 안 보이게 날고 있는 통신 인공위성, 그리고 웬만한 새 차에 장착되어 있는 GPS 그리고 젊은이들이면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정부가 원하기만 하면 수사 요원의 개입이 없이 시민들의 왕래와 향방을 힘 안 들이고 탐지할 수 있는 실정 아래서 쉽사리 침해될 수 있다.
워싱턴 DC의 존스란 젊은 사람은 전과자인데 경찰은 그가 코케인 밀매를 하고 있다고 의심한 나머지 비밀리에 그의 자동차 밑에 GPS를 붙여 놓았단다. 따라서 경찰은 그가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손쉽게 파악하던 중 약 한 달 후 그가 코케인 보관 장소에 있는 것을 덮쳐 그를 체포한 결과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그런데 경찰은 GPS를 그의 차에 수색영장이 없이 붙였기 때문에 부당하게 입수된 증거물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존스의 주장이 적어도 연방 공소법원에서는 인정되었기 때문에 미 법무부가 대법원에 항고한 사건이다. 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공개 법이론 공방전에서 법무부 변호사는 경찰이 GPS 기기를 존스 자동차의 공공 도로상 위치에 관한 증거만을 수집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존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이 아니며 수색영장이 필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법무부의 그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GPS를 사용하여 시민들의 동의도 없이 또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모든 사람들의 왕래를 24시간 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렇게 되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그 공방전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FBI가 9명의 대법원 판사들의 자동차에 GPS를 부착시켜 그들의 행방을 감시해도 무방하다는 상황이 될 판이다.
기술이 하도 발달되어 GPS는 아무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원하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할 뿐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의 위치를 전화회사에서 알고 있다. GMC 자동차의 Onstar 시스템은 사고가 나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구급차를 보내주는 역할도 하지만 정부기관이 남용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21세기 기술 발달은 헌법 개정 제4조의 재해석을 요구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적어도 내년 6월 이전이면 대법원은 미 연방정부 대 존스 사건의 판결을 내놓을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예측하는 것이 무리인지는 몰라도 대법원은 정부가 GPS, 스마트폰 등 21세기 기술로 시민들 또는 혐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하면 영장과 개연 증거를 기초로 해야만 할 것이라고 헌법 수정 제4조를 확대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위에 언급한 예 말고도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원 판사도 연방 정부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네(정부)가 이긴다면 ‘1984년’이란 소설과 흡사한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판결이 나오든 법대로, 양심대로 생활한다면 경찰이나 FBI가 우리 차에 GPS를 달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실수와 오해로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한 고생을 한 사례도 적지 않고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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