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무리한 추론이나 희망적인 사고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전제 아래 북한 정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북정책의 방향과 국제공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해 첫 날 발표된 북한의 공동사설은 북한의 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는 지난 한 해의 대내외 정책 평가를 바탕으로 새해의 정책 방향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금년의 공동사설은 김정일 없는 후계자 김정은의 정책 기조를 대내외에 발표하는 의미가 크다.
북한은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를 통해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자’라는 제목의 공동사설을 발표했다. 김일성 사망 다음 해인 1995년 신년공동사설에서처럼, 금년 공동사설의 초점은 김정일에 대한 애도와 김정은 중심의 결속에 맞추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첫째, 혈통승계의 당위가 강조되었다. 공동사설은 김일성 조선, 하나의 혈통 등을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곧 김정일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김정은으로의 혈통승계가 재차 공식화된 것이며, 김일성을 이은 김정일의 유훈통치에 따른 김정은 중심의 영도의 당위성을 표명한 것이다.
둘째, 군대의 중추적 역할과 당의 영도적 역할이 강조되었다. 군대는 김정일 사후의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를 안정시키고 인민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하는데 필요한 주력군이자 돌격대로 표현되었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은 김정은 시대를 펼쳐 나가기 위한 결정적 담보로 표현되었다. 이는 차후 당의 조직과 기능의 정비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기존의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와 강성부흥’이 독려되었다. 금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의 구호가 급격히 감소하고 강성국가와 강성부흥이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일성 탄생 100돌인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규정했던 것은 사상, 군사, 경제에서 강성한 대국의 문을 연다는 뜻이었다. 금년 공동사설은 강성대국 건설을 장기적인 목표로 돌리고, 그 대신 인민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강성국가 건설과 부흥이라는 현실적
인 과제를 앞세운 것이다.
넷째, 발전된 사회주의 문명국을 이루고자 하는 사상 문화적 투쟁이 강조되었다. 사회주의 문명국이라는 표현은 주민들로 하여금 북한식의 문화, 도덕, 생활양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이다. 이는 정치사상과 체제단속에 집중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섯째, 대남·대외관계에서의 선별적 정책의 유지가 표명되었다. 대남관계의 경우,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언급이 없이 기존의 통일전선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이는 당국 간 대화보다는 반정부 투쟁 선동에 치중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대외관계의 경우, 중국, 러시아와의 기존의 선린우호관계를 견지할 것이라고 표명하면서, 비핵화, 6자회담, 미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한동안 대외관계에서 적극적 태도를 띠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로 보인다. 공동사설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온 것은 6자회담 재개시 북한의 비핵화 보다는 평화체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올해는 한반도 주변국들도 정치변혁기로 접어든다. 한국은 4월에 총선, 12월에 대선이 있다. 미국은 11월, 러시아는 3월에 대선이 있다. 중국은 11월에 후진타오 당 총서기직의 임기가 만료된다.
북한의 공동사설을 읽으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와 대북정책의 방향을 차분히 고민해야 할 때다. 화해협력, 평화번영, 상생공영으로 이어져 온 그간의 대북정책의 공과를 따져보면서 정-반-합의 새로운 방향이 설정되었으면 한다.
올 해 우리는 어느 때 보다 신중히 한반도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창근/ 부산교육대 교수, 풀러신학대 방문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