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영순 선생이 알려주는 한식요리의 기본
핏물 빼는 밑간 충분히 청주·와인 뿌리면 산뜻
강한 불에서 빨리 익혀 튀김은 조금씩 나눠서
야채는 약간만 데치고 곧바로 찬물에 헹궈야
버무릴 때는 수분 제거를
쌀·찹쌀가루도 여러 번 체에 쳐야 부드러워져
한국에서‘옥수동 요리선생’으로 유명한 심영순 선생이 알려주는 한식요리의 기본은‘정성’이다. 심씨의 요리는 흔하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깊은 맛을 자랑하는데, 우리 음식 만들기에서 유난히 강조되는‘정성’에 충실한 레서피로 유명하다.
세심한 밑 손질부터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주는 요리법은 수고스럽고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번 익혀 두면 맛과 완성도에 큰 차이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평소 손맛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새내기 주부나,‘빨리빨리’와‘간편’에 익숙해져 요리 스타일이 거칠어졌다고 느끼는 베테런 주부도 기본기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새해에는 식탁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함께 요리하고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기쁨도 더 커지기를 소망해 본다.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노력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오늘 당장 부엌에서 시작해 볼 수 있는 맛있는 한식요리의 기본기를 알아보자.
*밑간이 제일 중요하다.
누린내를 없애고 핏물을 빼는 과정인 밑간을 잘 해두어야 한다. 청주, 와인, 매실주나 매실 원액 등을 조금 뿌려두면 맛이 산뜻해진다. 밑간으로 30분 정도 재었다가 핏물과 물기를 따라낸 뒤 양념장에 재어야 한다.
*고기를 제대로 익혀야 한다.
불고기, 차돌박이, 다진 고기를 볶거나 구울 때는 먼저 강한 불에서 빠르게 익혀야 한다. 팬을 뜨겁게 달구었다가 재빨리 볶아내는 것이 요령이다. 팬이 충분히 뜨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를 올리면 눌러 붙어 모양도 흐트러지고, 육즙도 많이 빠져나오게 된다.
*고기완자는 팬에서 살살 굴려 익혀서 요리에 넣는다.
전골이나 국에 넣어 모양과 맛을 살리는 고기완자는 밀가루와 달걀 물을 묻힌 뒤 달군 팬에 놓고 팬을 흔들어 완자를 살살 굴리면서 익히면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쉽게 익힐 수 있다. 전골에 넣는 완자는 속까지 익으면 뻣뻣해 맛이 없으니 동그란 모양이 잡히도록 30%만 익혀 넣는다.
*튀김은 조금씩 나눠서 튀겨야 한다.
튀김 반죽을 묻힌 고기를 한 번에 많이 넣으면 기름 온도가 떨어져 제대로 익혀지지 않고 튀김에 기름이 잔뜩 흡수되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넣어 기름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튀겨내면 바삭하게 된다.
*다진 고기 반죽은 랩을 깔아놓고 한다.
다진 고기로 산적이나 너비아니, 햄버거 패티 등을 만들 때는 도마에 플래스틱 랩을 깔아 놓고 고기 반죽을 얹고 다시 플래스틱 랩을 덮어서 모양을 잡아주면 도마와 손에 양념이 묻지 않고 쉽다. 랩으로 잘 싸서 바로 냉동 보관하면 된다.
*고기볶음에 넣는 야채는 따로 볶아야 한다.
고기볶음에 야채를 넣을 때는 한 번에 넣어 볶지 말고 따로따로 볶도록 한다. 서로 익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같은 양념에 볶으면 야채의 수분이 빠져나와 싱거워지고 간도 제대로 배지 않게 된다. 먼저 야채를 살짝 볶아 수분을 없애고 간을 하면 된다. 볶은 야채는 따로 두었다가 고기가 거의 익을 때 섞어서 각각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게 요령이다.
*전골육수는 팔팔 끓여 붓는다.
즉석에서 끓여 먹는 전골은 모두가 좋아하는 겨울철 메뉴다. 만두, 생선, 완자 등 재료는 절반쯤 익혀 놓아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육수를 팔팔 끓여 부어야 재료가 풀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무나 두부 등은 데쳐서 수분을 없앤다.
요리책을 보고 찌개나 전골을 끓이면 간이 맞지 않고 싱거운 경우가 많은데, 원인은 야채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분이 많은 재료는 한번 데쳐서 수분을 뺀 뒤 요리를 해야 간이 잘 맞고 싱겁지 않게 된다. 두부, 무, 배추 등 수분이 많은 재료는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살짝 데친 뒤 찌개에 넣으면 좋다.
*국물 간은 4가지 염분을 넣어야 맛있다.
보통 국이나 찌개의 간은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국물 간을 할 때 국간장, 진간장, 굵은소금, 고운소금을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사용하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국간장은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진간장은 구수한 감칠맛을, 굵은소금은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일반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보다 국물에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생선 대가리로 국물을 내면 시원한 맛이 좋다.
생선찌개 국물을 낼 때는 마른 멸치만 쓰는 것보다 마른 보래새우를 넣으면 더 구수하다. 여기에 생선 대가리를 함께 넣어 끓이면 기존의 국물 맛과는 확 다르게 감칠맛이 진하게 난다. 미리 국물을 내고 대가리는 깨끗이 건져내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오징어 모양내서 썰기.
내장이 있던 안쪽에 대각선으로 칼집을 넣어 데치면 돌돌말린 모양이 되고, 껍질이 붙어 있던 겉면에 칼집을 넣어 대치면 말리지 않고 반듯해진다. 요리에 따라 칼집 넣는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 갑오징어는 두꺼워서 칼집을 깊이 넣어야 모양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전골에 넣는 생선은 살짝 익혀 넣는다.
전골에 생선을 익히지 않고 넣어 끓이면 살이 풀어지고 국물이 탁해져 지저분해진다. 생선살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겉면만 익도록 살짝 지져내면 된다. 너무 많이 익히면 전골 국물에 생선 맛이 우러나오지 않고 생선이 팍팍해지므로 주의한다.
*밀가루 대신 녹말가루를 묻혀 지져도 좋다.
생선살을 기름에 지질 때 보통 밀가루를 묻히는데, 녹말가루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지지거나 튀길 때 녹말가루를 쓰면 겉면이 바삭해지고, 튀겨서 조렸을 때도 바삭하면서도 녹말 성분 때문에 윤기가 자르르 돈다.
*새우는 데치거나 볶아서 껍질을 벗긴다.
냉채나 가벼운 볶음요리에 사용할 새우는 껍질 째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볶은 뒤 껍질을 벗겨낸다. 색이 더욱 선명하고 표면이 매끈하게 빠져 보기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살짝만 데쳐내야 향이 살아 있다.
취나물, 시금치 등 푸른 야채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야 영양소 파괴도 적고 물러지지 않으며 향도 살아 있다. 데친 뒤에는 바로 찬물에 담가 헹궈야 색이 살아난다. 볶을 때는 물기를 꼭 짠 뒤 밑간을 해서 빠르게 볶도록 한다. 냉이처럼 뿌리가 있는 것은 뿌리부터 물에 넣고 데쳐야 잎이 무르지 않는다.
*야채전 부칠 때는 노릇하게 지져야 고소하다.
모든 전이 다 그렇지만 특히 야채전을 맛있게 부치는 요령이 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달군 후 여분을 기름을 그릇에 따라내고 반죽을 떠 넣어 덧기름을 두른 다음 중불로 부친다. 덧기름은 이미 데워져 있는 따뜻한 기름이기 때문에 맛있게 전을 익힐 수 있다. 전에 기포가 생기면서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뒤집어 익힌 뒤 한 번 더 뒤집어 아랫면을 노릇하게 익힌다.
*야채볶음 재료는 각각 간해서 볶는다.
고기와 야채를 볶을 때와 마찬가지로 야채볶음을 할 때도 재료마다 따로 볶아야 더 맛있다. 제각각 밑간을 해서 잠시 재어두었다가 오래 익혀야 하는 것부터 차례로 넣어 볶는다.
*푸른색 야채는 아주 살짝만 볶아야 한다.
부추, 오이, 호박 등 푸른색 야채는 너무 익히면 색도 변하고 아삭한 맛도 없어진다. 그래서 80% 정도만 익히고 나머지는 자체의 잔열로 익히는 게 좋다. 오이나 호박 등 물기가 많은 야채는 일단 소금 등에 밑간을 해서 물기를 뺀 뒤 볶아야 물러지지 않는다. 볶아낸 뒤 넓은 접시에 펴놓아야 누렇게 변하지 않는다.
*양념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겉절이를 하거나 생채를 할 때는 일단 소금에 절여서 수분을 뺀 뒤 양념장에 버무리는 것이 기본이다. 물기를 빼지 않고 절이면 수분 때문에 양념이 제대로 배어들지 못하고 물기가 나와 양념이 싱거워진다. 시간이 부족하면 양념장에 한꺼번에 버무려야 하지만, 음식 색을 곱게 내려면 먼저 고춧가루를 넣고 살살 버무린 뒤 다른 양념을 넣으면 좋다.
*떡가루는 여러 번 체에 내려야 부드럽다.
케익을 만들 때도 밀가루를 고운 체에 여러 번 내릴수록 부드러운 것처럼 떡을 만들 때도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체에 여러 번 쳐서 입자를 곱게 만드는 것이 좋다. 체에 잘 안 내려질 때는 손으로 비벼 흔들어준다.
*경단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쫄깃해진다.
경단을 만들 때 반죽은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한다. 물은 처음부터 적량을 넣지 말고, 약간 적은 듯 넣고 충분히 치대야 한다. 그래야 익혔을 때 반죽이 부서지지 않고 쫄깃쫄깃하다. 반죽에도 청집을 넣어 간을 맞춰야 단맛 나는 소와 함께 씹었을 때 잘 어울린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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