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동토였다. 특히 천안함 침몰사건(2010) 이후 5.24 조치로 남북관계는 남과 북이 양보나 타협 없는 제로섬 게임의 연속이었다. 언제 한반도의 훈풍과 함께 따뜻한 봄이 찾아올지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19일 정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보도한 조선중앙 방송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김정일의 급사가 한반도에 봄을 가져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수많은 억측과 희망사고(wishful thinking)들이 난무한다. 사실이 아닌 야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확한 북한정보가 결여된 현 상황에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37년간의 김정일 시대는 지나고 로동신문(12.22)이 1면기사에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과연 실질적 지도자로 부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여러 가지 권력투쟁에 관련된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상황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시대에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미래, 북미관계, 경제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것인가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은 김정은 시대에 다뤄야 할 핵심과제들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유연성이 보인다. 이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로 인해 생긴 북한내부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우려하여 대북 화해. 협력의 제스처를 보냈다. 혼란 속에 있을지 모를 군부의 도발을 예방하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명박 정부의 조문관련 전향적 조치는 크게 환영하며 지속적으로 대북 화해 시그널을 보내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양보와 타협의지를 갖고 한반도에서 위기관리에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둘째로 김정은 시대는 개혁과 개방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의 후견자인 장성택 부위원장을 위시하여 그의 팀들은 온건파들로써 경제적 개방과 개혁을 지지하는 실용주의자들이다. 향후 군부의 강경보수파들과 마찰도 있겠지만 김정은 부위원장이 젊고 개방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온건파가 경제정책, 핵정책 그리고 평화와 통일정책에 전향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 줘야할 것이다. 국제적 환경이 냉전이면 북한의 온건파들이 설 땅은 좁아지게 된다.
셋째로 6자회담 재개는 이미 시나리오가 짜여 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급서 전에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이었던 농축우리늄 프로그램(UEP) 가동중단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의 연 24만 톤 영양식량지원에 대한 구두 합의가 이뤄져 있는 상태이고 제3차 북미대화( 베이징에서 22일 예정 이였으나 연기)가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식이 끝나는 대로 베이징에서 개최될 것이다. 6자회담은 내년 상반기에 재개될 것으로 보이고 다른 6자회담 참여 5개국 (미.중,일,러,남한)이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9.19공동선언(2005)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는 6자회담재개를 계기로 이미 합의한 내년도 상반기에 시행하기로 한 미군유해 발굴작업을 통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과 미국 간의 합의이지만 남북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따라 한반도평화포럼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동북아시아의 국제환경의 변화는 6자회담의 관련국들의 전향적인 양보와 타협의지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와 이명박 정부간에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한 소통이 필요한 때다.
이젠 대북 강경정책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한반도의 봄을 위한 국제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원칙은 지키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책적 전환을 위한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