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지난 12월13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발표한 ‘신의 입자’ ‘힉스’의 존재에 대한 연구는 획기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힉스(Higgs) 입자는 전자와 광자 등 자연계를 이루는 16개 입자와 상호작용해 그들에게 질량을 부여한다고 알려진 입자다.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단초로 99.9%확률로 존재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힉스를 찾을 확률이 99.99994%가 되어야 확실한 존재 여부를 발표할 수 있다고 하며 그것은 2012년에 밝혀질 전망이라 한다. 확률 단위로 5시그마가 되어야 하는 힉스 입자 존재의 여부는 오차범위의 특릴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 한다. 내년도에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중의 하나가 성취되는 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지구가 돌고 있는 태양계와 태양이 돌고 있는 은하계 안에는 수억의 별들이 존재한다. 그런 은하계가 또 수억이 존재하니 이 우주 안에 있는 별들만 해도 수십억 개가 넘는다. 실로 이 우주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광대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과 함께 시간을 지닌다.
우주 시간과 공간의 시작은 현대물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에 따른다. 137억년전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물질과 공간이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
가 되었다는 설이다. 이렇게 시작된 우주는 우주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팽창이 극에 달하면 다시 폭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는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현재 전 세계 8,000여명(한국과학자 60명 포함)의 과학자들이 밤과 낮으로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불을 밝히고 있다. 힉스는 쿼크(quark)보다 작은, 물체가 되기 이전 단계의 소립자이다. 과연, 2012년에 힉스입자의 존재여부가 밝혀진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
치솟는 물가가 내려갈까. 노숙자들이 줄어들까. 부의 분배가 이루어질까. 인류가 함께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도래할까. 전쟁이 없어질까. 강간과 강도와 각종 범죄가 줄어들까. 미움과 질투와 갈등이 없는 세상이 될까. 빈익빈, 부익부가 사라질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사기 치는 사람이 없어질까. 악이 없어질까.
이웃과 이웃이 조건 없이 도와가며 사는 즐거운 세상이 될까. 착한 사람들이 잘 살고 악한 사람들이 벌 받는 세상이 될까. 삯꾼 성직자들이 사라질까. 종교를 빙자하여 자신의 배만 불리는 사이비종교와 종교인이 사라질까. 총기난사가 없어질까. 마약이 없어질까. 강대국이 약한 나라를 집어삼키는 일이 없어질까. 이기주의가 사라지고 이타주의가 실현될까. 이렇듯, 힉스가 찾아져서 세상이 모두 잘 사는 천국으로만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무리 ‘신의 입자’, ‘창조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가 찾아져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세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어떤 것이 될는지는 미지수일 것만 같다. 힉스로 인해 우주의 비밀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악이 계속 존재하는 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속에 묻혀 살다 보면 밤하늘에 별의 반짝임도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의 성탄 캐럴도, 반짝이는 트리도 한갓 마음만 아프게 하는 치장에 불과할 수 있다. 겨울나기에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힉스의 발견보다도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작은 도움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2012년, 99.99994%의 5시그마로 힉스가 찾아져 인류사에 큰 획을 긋는 우주의 정체와 기원을 밝힐 큰 경사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인간의 위대함이 바로 이런데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다만 염려되는 것은 인간집합체인 인류의 위대함이 진정 하늘과 땅과 온 우주를 창조케 하고 힉스까지도 있게 한 그 위대한 힘에 교만한 도전장, 바벨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힉스를 찾고, 우주탄생인 빅뱅을 밝힌다면 또 우주탄생 이전은 무엇일까? 그것만 밝힐 수 있다면, 인간 속마음과 정신, 영적인 문제도 모두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137억년, 그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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