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그의 마술에 미 전국이 열광
▶ “뉴잉글랜드까지 꺾으면 인정할 수밖에…”
팀 티보의 인기는 ‘NFL 매거진’ 제1호의 표지를 장식했을 정도다.
올해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덴버 브롱코스 쿼터백 팀 티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무대에서는 절대로 안 통한다”던 선수가 매주 막판 역전승을 끄집어내며 미 전국의 관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NFL 시즌 14번째 일요일인 지난 11일. 디펜딩 수퍼보울 챔피언 그린베이 패커스가 13전 전승 행진을 이어갔건만 화제는 온통 티보였다. FOX-TV가 그 경기를 미 전국의 42%에 중계했을 정도. 홈팀이 없거나 그 인근에 NFL 구단이 없는 지역에는 거의 다 브롱코스(8승5패) 경기가 중계됐다는 이야기다.
티보는 이날에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경기 내내 죽을 쑤다가 4쿼터 막판에 돌연 0-10 열세를 지워버린 뒤 연장전에서 시카고 베어스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올 시즌 초 1승4패로 헤맸던 브롱코스는 그 덕분에 6연승 상승세를 타고 AFC 서부지구 우승의 문턱에 올랐다.
브롱코스는 원래 올해도 리그 바닥을 훔칠 것으로 예상돼 최소한 방송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던 팀이다. 따라서 미 전국 방송 ‘출연’도 시즌 첫 주에 단 한 번만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티보가 주전 쿼터백으로 승격된 뒤 갈수록 큰 관심을 끌어 이제는 브롱코스만한 ‘흥행카드’도 없는 상태다. 특히 덴버 지역에서는 브롱코스 경기 시청률이 13%나 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 25개 중 23개가 NFL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브롱코스의 남은 3개 경기 중계권을 쥐고 있는 CBS-TV는 ‘잭팟’이 터진 셈이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야구 결승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은 그 중 23위에 불과하다.
티보는 플로리다 시절 ‘포지션을 막론하고 대학풋볼 역대 최고 선수’로 거론됐을 정도로 이름을 날렸지만 발만 빠를 뿐 패서로는 기본기가 안 돼 있어 NFL에서는 절대 안 통할 것이라는 의견이 거셌다.
NFL에서는 러닝백 또는 와이드리시버로 포지션을 바꿔야할 것이라는 스카웃들이 많아 2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3~5라운드 지명 재목으로 평가됐는데, 그 당시 브롱코스의 감독이었던 자쉬 맥대니얼스가 1라운드에서 그의 이름을 부른 게 이변이었다.
맥대니얼스의 후임으로 브롱코스를 맡은 잔 팍스 감독도 처음부터 그를 믿어서 쓰고 있는 게 아니다. 티보는 작년 시즌 막판에도 주전으로 뛴 쿼터백이건만, 올해 당장 플레이오프에 나갈 전력이 안 되면 팀 장래를 위해 어린 선수들에게 뛸 기회를 줘야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첫 5주 동안은 7년차 카일 오튼으로 굳세게 버텼다.
그래봤자 1승4패로 허덕이자 팍스 감독은 더 이상 팬들의 압력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티보를 투입했다.
지난 10월23일 티보가 올해 처음으로 선발등판 경기에서 막판 0-15 열세를 뒤집고 마이애미 돌핀스를 울린 후에도 팍스 감독은 티보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그 다음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 홈경기에서 10-45로 대패하자 티보에게 “1주 이상 주전의 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티보는 11월6일 브롱코스가 오클랜드 레이더스를 38-24로 완파하며 그 위기를 넘겼고, 팍스 감독은 티보가 단 2개의 패스를 연결시킨 11월13일 캔사스시티 칩스와 경기에서도 17-10로 이겨 연승을 거두자 대학풋볼에서나 쓰는 ‘옵션 오펜스’란 카드를 꺼내들며 티보를 받쳐주기 시작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의 개인기록을 보면 티보가 어떻게 7승1패 전적을 이끌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60분 경기 중 보통 첫 55분 동안은 도저히 NFL 쿼터백으로 볼 수가 없고, 또 패스를 단 2번 연결시키고도 이긴 경기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당한 후에도 “그는 좋은 러닝백”이라고 말한 베어스 디펜스의 간판스타 라인백커 브라이언 얼락커처럼 아직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다못해 팍스 감독과 잔 엘웨이 구단 부사장도 아직까지는 “팀의 장래를 맡길 쿼터백을 찾았다”는 말은 절대 안 하고 있다.
브롱코스의 상승세는 티보가 대단하기보단 때마침 약체 또는 ‘차와 포’가 떨어진 팀들만 줄줄이 만난 스케줄 덕분이란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티보와 브롱코스가 오는 18일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10승3패)마저 꺾는다면 그들도 티보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