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품질의 상징으로 온갖 찬사를 받으며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섰던 도요타는 2년 전 불거졌던 리콜사태의 후유증에서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 모를 엔진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도요타는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애써 별 것 아닌 문제로 치부하는데 급급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결국 리콜은 했지만 마지못해 했다는 나쁜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남겼다.
이런 오만함의 대가로 도요타는 업계 3위로 내려앉은 채 현재 고전하고 있다.
도요타 신화는 왜 무너진 것일까. 일본은 에도시대 영주문화의 영향으로 조직 내에서의 비판 자체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강한 나라다. 영주들은 자신의 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개적으로 해결하려 들기보다 우선은 감추려고 든다. 이런 문화가 일본 기업들에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를 가진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위기가 닥쳐왔을 때 신속히 대처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도요타가 바로 그랬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어떤 일에 성공한 개인이나 조직은 자신의 능력과 방식을 우상화함으로써 오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휴브리스’(Hubris)라고 불렀다. 도요타의 발목은 잡은 것은 휴브리스였다.
도요타의 성공과 추락은 극적이다. 그래서 일본이 자랑하는 이 기업의 부침은 경영학의 교본이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실패의 메시지는 아주 강렬해 다른 기업들에 커다란 깨우침이 되고 있다. 망해가다가 넘버 원 자리를 되찾은 GM이 그런 기업들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자사가 내놓은 전기차 ‘볼트’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자 GM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해명을 늘어놓기보다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풀어주면서 원할 경우 대체차량을 빌려주는 조치를 취했다. 과거 공룡시절에는 상
상하기조차 힘든 모습이었다. 도요타의 패착에서 확실하게 배운 것이다.
가르침을 주는 스승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그래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따르거나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실패와 실수를 저질러 깨달음을 주는 경우다. 이른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글자 그대로 어떻게 하면 절대 안 되는지 생생한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다.
성공의 방식은 찬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따라 하기는 쉽지 않고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패의 메시지는 성공의 방식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명료하다. 그래서 실천이 한결 더 용이하다. 반면교사만 잘 삼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출판왕국 일본에서는 아주 독특한 내용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다른 이들의 미움을 사게 되는지를 상세히 안내해 주고 있는데, 물론 그런 일들은 피하라는 것이 책의 기본 취지다. 책에 열거된 언행만 자제해도 최소한 미움 받는 일만은 없을 것 같다. 온갖 진상들을 보면서 혀를 차고 비웃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춰보며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이니 제대로 된 ‘반면교사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개인과 기업들뿐 아니라 국가들도 반면교사를 잘 삼을 줄 알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역사는 이런 교훈들이 넘쳐 나는 보고다.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위정자들의 실패와 치욕을 가감 없이 기술하려 했던 까닭은 자신들의 기록이 후세에 반면교사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먼 역사에서 배울만한 소양이 없다면 가까운 역사에서 배우기만 해도 괜찮다. 대한민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은 지난 정권을 비판하고 비난할 줄만 알았지 정작 그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은 등한시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또 겉만 번지르르한 허황된 말장난에 속아 지도자의 인간적 됨됨이를 살피는 일에 소홀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도 지금 충분히 절감하고 있다. 지난 선택 역시 다음 선택을 위한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한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보다,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배울만한 스승이 없다고 불평들이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봐도 깨우침을 안겨주는 스승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다른 이의 허물에서 배우기를 게을리 한다면 자칫 자신이 다른 이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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