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상하양원의 인준을 받아 서명한 한미 FTA가 한국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FTA에 투자자 국가분쟁해결 제도인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야당과 그 동조자들이 반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ISD는 정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생길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국내기업도 정부가 손해를 입혔으면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해외 투자자도 당연히 투자국 정부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아니면 누가 외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는 수출처럼 상품 선적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 공장을 짓는 직접투자는 몇십년을 보고 한다. 후진국에 투자하는 경우 비록 투자할 당시에는 정권이 미국기업에 우호적이라도 10년 내지 30년 사이에 어떤 정권으로 바뀌어 미국 투자자들이 권리를 박탈 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가까운 예로 남미 베네수엘라의 좌익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계속 반미정책을 펼쳐오다가 결국 많은 해외투자기업을 빼앗아 국유화 시켰다.
상업분쟁 해결에는 흔히 4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순서로 보아 분쟁 당사자가 직접 만나 분쟁을 해결하는 협상(Negotiation), 제3자의 조언과 충고를 받아 양 당사자가 합의에 도달하는 조정(Mediation), 제3자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결정을 내리는 중재(Arbitration) 그리고 해당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하는 소송(Litigation)이 있다.
그 중 투자국의 법원에 제출한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해외 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그러므로 국제무역이나 해외투자의 분쟁은 중재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ISD는 자유무역협정에 의하여 해외 투자자가 투자한 이후 새로운 중앙정부의 법률이나 지방정부의 조례로 투자한 것을 몰수당하거나 판매를 못하게 하는 등 정부의 행정으로 손해를 입고 정당한 보상을 못 받았을 경우에 관한 것이다. 이때 그 해결을 투자 대상국의 법원에 소송하는 행정소송으로 하지 않고 국제분쟁 중재기구의 중재에 의하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주체가 국가이므로 당연히 국가가 중재대상이 된다.
피해 투자자는 유엔의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이나 세계은행 내의 투자 분쟁해결 국제센터(ICSID)에 중재를 접수시킬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회원으로 있는 ICSID에 중재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재는 이미 등록된 중재인 중에서 양측이 한명씩 선출하고 선출된 두 중재인이 한명 더 선출하여 3명이 양측의 주장을 듣고 다수결로 결정한다. 피해 당사자가 먼저 국가와 피해보상협상을 하고 6개월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미국이 1989년에 맺은 미·캐나다 FTA에는 ISD가 없었으나 1994년에 발효된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멕시코 때문에 ISD를 넣었다. 그후 호주와의 협정을 제외한 모든 자유무역협정과 수많은 양국투자협정(BIT)에 ISD가 들어 있다. 실은 선진국에의 투자는 부당하게 피해를 입을 확률이 후진국에의 투자에 비해 훨씬 적어 그 만큼 ISD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계약서에 “어느 한쪽이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보아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면 누가 계약을 지킬 것인가? 그런 계약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ISD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FTA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ISD는 미국에 투자한 많은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보호막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총 국민소득기준으로 한국보다 16배나 큰 미국 측의 한국투자가 한국 측의 미국투자보다 훨씬 더 크므로 한국에 더 필요한 장치일 수 있다.
ISD 한 조항 때문에 한미 FTA의 한국 국회인준이 거부되면 미국시장에서 중국이나 일본 또 2004년 미국과 FTA를 발효시킨 싱가폴보다 더 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은 이제 조령모개를 벗어날 만큼 성장했다. 약속 특히 무역협정 같은 국제적 약속은 꼭 지키는 나라, 혹시 못 지켜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정 당한 보상을 해주는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정당한 보상을 하면 국제 중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ISD를 수용하여 한미 FTA를 한국국회가 조속히 인준하길 기대하며 제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청광/ 퍼시픽 스테이츠대 교수
drcc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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