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도 근 1년이 되도록 아무도 몰랐다. 60대 부부와 19살 딸이 살던 집에서 3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6개월에서 1년 전 자살한 것으로 법의학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세 식구가 죽어 백골이 되도록 방치된 참담한 사건이 이제나마 알려진 것은 법적 분쟁 때문이었다. 미야기 현 센다이 지역에서 세 들어 살던 이 가족은 집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과 법적 분쟁이 있었다. 소송 건으로 법원 직원들이 지난 3일 찾아가 보니 사람은 없고 시신들만 있었다.
수십년 이 땅에 살던 사람 세명이 연락두절인데,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말이다. 소식 없는 친구·지인의 안부를 걱정한 사람, 불도 켜지지 않는 이웃집에 대해 의아해한 이웃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말이다.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해 질 수 있는 지 그 극한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남에게 절대로 폐 끼치지 않으려는 깔끔한 국민성 탓인지 일본에는 유독 홀로 죽어 방치되는 사건들이 많다. 시신이 몇 달, 몇 년씩 방치되었다 발견되는 괴기스런 사건들은 주로 일본발이다.
2004년 6월에도 일본 도쿄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인터넷 기사를 읽고 쓴 글 ‘파자마를 입고 죽은 남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건축회사 직원이 철거 대상인 건물의 이층을 둘러보다가 파자마를 입은 채 죽어있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시신 옆에 신문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신문을 읽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읽던 신문의 날짜였다. 1984년 2월20일 - 남자는 20년 동안 그 자리에 죽어 있었고, 그 긴 세월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사망 당시 50대 초반이던 남자는 이혼 후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단 한사람도 신경 쓰지 않는 완벽한 무관심 속에 남자는 따뜻하던 몸에서 해골로 바뀌었다.
위의 두 케이스를 현실성 떨어지는 예외적인 사건으로 돌리기에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걸린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점점 늘고 있고, 가족들과 같이 사는 노인들도 아침에 식구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하루 종일 혼자다. 이들이 어느 순간 쓰러질 경우 아무도 모른 채 몇 시간은 쉽게 지나갈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혹시라도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면 …”이다. 성인 자녀들은 타 도시나 타주 혹은 타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이 보통이니 연락을 받는다 해도 바로 달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곁에 사는 사람, 이웃이 필요하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물리적 제약이 사라졌다. 얼마나 멀리 살든, 어디에 살든 인터넷과 셀폰으로 언제나 대화가 가능하다. 멀리 사는, 가까운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가까이 사는 이웃들과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옆집에 살아도 출퇴근 시간이 다르면 얼굴 마주칠 일이 거의 없고, 손안의 전화기가 늘 대화의 장을 열어주니 굳이 이웃을 찾아가 교제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 이웃집에서 사람 기척이 나지 않는다 해도, 몇날 며칠 불이 켜지지 않는다 해도 그런 사실조차 모르기 십상이다. 이웃집은 있지만 이웃이 없다. 섬 같은 외톨이 이웃들이다.
지난 주 동북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폭설로 많은 지역이 정전사태를 맞았다. 지역에 따라서는 거의 1주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자동차에서 셀폰을 충전하며, 식품들을 밖에 내놓고 영하의 뒷마당을 냉장고 삼는 불편한 생활을 했다.
이때 전기가 나가지 않은 운 좋은 집들이 간혹 있었다. 그중 한 부부는 익스텐션 코드로 이웃들에게 전기를 나눠줘서 ‘착한 이웃’으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이웃이라면 당연히 할 일”이라고 그 부부는 말했다.
비상시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이웃이다. 인터넷으로 셀폰으로 시시콜콜 소식을 주고받는 가족, 친지들도 갑자기 닥친 응급사태에는 속수무책이다.
“별들에 점점 다가가는 인간이 왜 이웃에게는 좀 더 다가갈 수 없나?” - 우주개발 계획이 한창 진행되던 60년대 린든 존슨이 한 말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는 이 시대에 바로 옆집 이웃과는 왜 좀 더 친해질 수 없나. 시대가 바뀌어도 훈훈한 이웃의 정은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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