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총계는 14조 달러이다. 미국의 1년 GDP와 맞먹는 금액이다. 미국국민과 회사가 1년 동안 벌 어들인 금액을 모두 빚을 갚는데 써야 가 까스로 청산할 수 있는 규모이다. 한 달에 2,000~3,000 달러를 버는 사람에게 버는 돈 전부를 빚 갚는데 쓰라고 압박한다면, 그 사람은 파산선고를 해 버리고 말 것이다. 월세에, 자동차 페이먼트에, 애들 학비에, 식료품비에 빚이 더 늘어나지만 않아도 크게 성공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이 바로 이 런 모습이다.
2000년 이후 닷컴 버블의 붕괴와 9.11이 후의 군비확대로 적자폭은 커지고, 누적부 채는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매년 5천억 달 러의 빚이 늘어나더니, 오바마 정부가 들어 선 2007넌 부터는 매년 1조~2조 달러씩 증 가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붕괴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 면서 천문학적 지출이 필요해진 때문이다. 1980년에 부채 총액이 9,000억 달러였다.
지난 4년 동안 증가한 부채가 6조 달러이 다. 미국이 독립 이래 200년동안 진 빚을 오 바마 정부에서 8개월 한 번씩 두 배로 만들 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미국정부의 지불불 능 사태가 주요 뉴스였다.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네 탓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더니, 마감시간이 턱에 차서야 합의에 이르렀다. 정부 운영에 필요한 부채 상한액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향후 10년간 1조달러의 재정지출을 줄이자는 합의도 포함시켰다. 직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주식부자 워렌 버핏의 주장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
2010년 버핏은 6,300만 달러의 소득을 세금보고하면서 2,300만 달러를 공제받았 다. 과세소득 4,000만 달러에 700만 달러를 세금으로 냈으니 17.4%가 버핏의 세율이다. 100분의 1도 수입이 안 되는 자신의 직원 은 30%가 넘는 세금을 내고 있다고 비교하 며,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 했다. 한 달 후 오바마 대통령은 4,000억 달 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기 부양책을 발 표한다. 필요한 예산은 연 수입 25만 달러 가 넘는 사람들한테서 거둬 들이겠다는 계 획이었다.
워렌 버핏의 부자 증세 주장을 인용해서 증세 계획에는 ‘버핏 세금’이란 이름이 붙 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99%의 대변인이 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자본가들 의 탐욕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뉴욕의 금융가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오바마는 금 융가 시위가 자신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지 지라며 의회가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 다고 압박한다.
하지만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이 통과되 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증시는 냉담하게 반응했고, 공화당은 즉각 증세에 반대했다. 100만 달러를 넘게 버는 부자에게만 한시 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공화당이 반대한다.
세간의 초점은 부자 증세가 되어 버렸지 만, 오바마의 실책은 경기 부양책에 있는 것 으로 여겨진다.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돈을 한시적으로 늘려주겠다는 것이 경기 부양 책의 요점이다. 뜻은 공감하지만 방법은 동의하기 어렵 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 몇백달러 더 늘어났다고, 이 돈이 소비를 일으켜서 경기 를 부양시키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공 허한 기대가 될 것이다. 이미 실패가 확인 된 정책이다. 경기 부양이나 건전 재정을 빌 미로 민주당 표밭을 다지려는 의도가 아닌 가 의심된다. 한 번에 세 마리의 토끼를 잡 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을 기초로 한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인 간의 탐욕을 비난하면 자본주의가 무너진 다. 그 탐욕을 생산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 는 아이디어와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그 탐 욕을 비난하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 부자들의 주머니를 넉넉하게 해 주어야 할 때이다. 그들이 탐욕을 채우려 더 많은 투자 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도 덕 재무장이나 소득 재분배는 그 이후에도 늦지 않다. 금 모으기로 가난한 사람들의 정신적 결집을 이루면서, 부자들에게 돈을 모아줘 경제를 다시 일으킨 김대중 정부를 벤치마킹해야 할 때이다.
최재경/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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