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혼란스럽다. 멀리 태평양 건너에서 바라본 탓인가. 그 밑바 닥의 흐름이 잘 파악이 안 된다. 일견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쏠 림현상이다. 5년이 채 안 되는 기 간을 단위로, 그것도 급커브의 좌 회전과 우회전을 번갈아 하면서 진로를 바꾸고 있어서다.
입만 벌리면 좌파의 논리를 펴 나간다. 그러던 사람이 5년도 못 가 우파로 돌아선다. 그리고 또 몇 년 안 가 ‘진보’의 대변자를 자처한다.
이런 사람을 과연 제대로 이념 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까. 그런 일이 그런데 2002년 이 후 한국에서는 집단적으로 벌어 지고 있다. 그래서 쏠림현상이고,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주 서울시장 선거도 그렇 다. 지난번 대선 때 보수를 지지했 던 30대가, 20대가 그리고 40대가 대거 이탈하면서 이변을 불러왔 다. 불과 5%의 지지 밖에 못 받았 던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거대 여당의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르고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정당정치에 쓰나미가 덮쳤다’ ‘정치권에 발을 디딘지 50일밖에 안된 시민운동가가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당을 초토화시켰다’ - 이후 쏟아진 논평들이다. 동시에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트위터의 위력이다. 그리고‘ 안철수 신 드롬’이다.
안철수의 막바지 응원이 괴력 을 발휘했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 한 투표 독려로 마감직전 넥타이 부대가 몰려들면서 명암을 갈랐 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그러면 어 떻게 보아야 하나.
“세계화와 IT혁명은 ‘분노의 세계화’를 가능케 했다.” 뉴욕타임 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이다.
런던이 불탔다. 아랍의 봄을 맞 아 중동의 독재자들은 잇달아 권좌에서 밀려나고 있다. 아테네에 서 바르셀로나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의 광장은 성난 젊은이들의 시위물결로 넘실거린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티파 티운동이 맹렬히 전개된다. 급기 야는 월스트릿을 점령하자는 구 호와 함께 시위는 계속 번져나 가고 있다. 분노의 물결은 만리 장성도 무너뜨릴 기세다. 이른바 ‘북경 컨센서스’도 흔들리고 있 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 는 가운데 한 말로, 프리드먼은 세 계화와 신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낙오자가 된 중산층과 중하류계 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거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 악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는 정치위 기를 가져왔고 정치위기는 기존 정치엘리트에 대한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군사정치 전문 싱크탱크인 스트랫포가 내 놓은 분석이다. 미국, 유럽 그리 고 중국이 맞은 문제를 국제정 치경제의 한 거대한 흐름에서 분석했다.
2008년 월스트릿이 무너졌다. 그 와중에서 드러난 것은 금융 엘 리트들의 탐욕과 도덕적 기강해이 의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엘리트들이 내놓은 처방전 은 금융엘리트 보호와 정부 권력 확대뿐이었다. 금융위기의 고통은 중산층에게만 전가된 것이다. 그들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는 동시다발적인 정치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신드롬’과 ‘박원순 부 상’은 이런 면에서 일과성의 해프 닝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요 동치는 현 국제정치의 거대한 흐 름과 맥이 닿아 있다는 해석이 가 능할 것 같다.
‘미래가 불안하다’ - 한국의 20 대가, 30대가, 또 40대가 한 목소 리로 외치고 있는 소리다. 기존의 정치 엘리트들에게는 기대할 것 이 없다. 아니, 환멸 그 자체다. 그 가운데 들려온 소리가 희망의 메 시지다. 희망의 전도사 안철수가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분노의 세계화’의 한국버전이 라고 할까.‘ 안철수 신드롬’은 이 런 측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총론 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불신, 불 만, 불안 - 그리고 분노는 세계적 인 현상이다. 그 분노를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 이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나름의 대안을, 새로운 창조적인 정치 담론을 제 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들려오는 소 리는 ‘편 가르기’의 구호뿐이다. ‘1%대 99%’ 대결논리가 바로 그 렇다‘. 99%의 민심이 분노했다’ - 진보를 지향한다는 한 국내 언론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를 1% 의 기득권만 감싸는 정권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박원순 후 보의 승리를 99%의 승리로 단 정 지은 것이다.
그 주장에는 한 가지 함의가 스며들어 있다. 일종의 계급갈등 론이다.‘ 1%의 부자와 99%의 빈 자’의 대결구도로 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 남갈등을 극대화 하자는 저의가 엿보이는 것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보수 여당은 그런데도 식상한 ‘박근혜 대세론’ 에 여전히 함몰돼 있다. 반면 진보 세력은 ‘종북’ (從北)이라는 늪에 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분노한 민심은 어떤 방향으로 분출될까. 2012년이 걱정스럽다. 분노는 곧잘 사단의 통로 역할을 하기 때 문이다. 쏠림현상이 극심한 한국 정치에서는 특히.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