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정 희 논 설위원
토스트를 굽고, 그 위에 고추 장을 바른 후 스크램블드에그 를 얹는다. 어떤 맛일까, 상상을 해본다. 버터 맛에 고추장의 매 콤한 맛과 부드러운 계란 맛이 합쳐진다면 … 그런대로 괜찮 은 맛이 될 것 같다.
이 독창적인 ‘요리’는 남가 주에 사는 한 유태인 아줌마의 아침식사이다. 친구 중에 주류 사회의 음식비평가, 주방장 등 음식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 람들로 구성된 식사클럽 회원 이 있다.
앞의 유태인 여성도 그 클럽의 회원이다. 미식가인 이 여성은 고추장을 워낙 좋아 해서 집 냉장고에 고추장이 떨 어지는 적이 없다고 한다. 역시 같은 클럽 회원 중 프랑 스요리 전문 주방장이 있다.
아 시아 음식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일식을 비롯한 아시아식 조리 법과 식재료를 요리에 적극 응 용한다. 그가 애용하는 음식 중 하나는 김치. 그는 김치를 직접 담아서 보관한다. 그리고는 예 를 들어 카레소스 양고기 요리 에 물에 씻은 신 김치를 야채 로 곁들인다. 한국가정에서 홀 대 받을 수도 있는 묵은 김치가 최고급 코스 요리에 등장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식 세계화’에 대 한 조바심이 크다. 매사에 시간 을 들여 연구하고 분석해서 결 론을 내리기보다 감정적으로 우 르르 끓어오르는 냄비근성이 ‘한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례로 몇해전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한마디 하자 비빔밥은 당장 한국의 대 표 음식으로 떠올랐다.
미디어 들이 앞 다투어 보도하면서 한 국내 사람들은 미국에서 비빔 밥 붐이라도 일어난 듯 뿌듯해 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 계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자 한 국의 한 TV는 미국인들의 ‘비 빔밥 사랑’을 취재하러 뉴욕에 왔었다. 뉴욕 거리에서 지나가 는 사람들을 붙들고 ‘비빔밥’ 을 물어도,‘ 김치’를 물어도 아 는 사람이 없자 취재진은 무척 당황했었다고 한다. 결국 국제 행사 때마다 대통령부인이 한 식을 홍보하는 장면은 ‘한식’이 아닌 ‘영부인’ 홍보였다는 비판 이 터져 나왔다.
이국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 은 단순한 시식 행위가 아니다. 된장찌개나 김치, 불고기가 우 리에겐 몸의 세포처럼 자연스 럽지만 타인종이 이런 음식을 선택할 때 그것은 문화체험이 된다. 낯선 맛과 냄새, 질감이 그 새로움으로 호감을 줄 수도 있고, 그 생경함으로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한식을 널리 보급하려는 ‘세 계화’는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 앞에서 느낄 호감과 거부감 사 이의 미묘한 경계를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 다. 그리고 한국정부도, 한인 1 세도 아닌 우리 2세들이 만드 는 한식에 타인종 고객들이 몰 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가주에서 고기·갈비트럭 이 만들어낸 일종의 거리음식 붐이 좋은 예이다. 영어권의 한 인청년이 운영하는 맨해턴의 ‘단지’는 최근 미슐랭 가이드 로부터 별 등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뉴욕에서도, LA에서도 1세들이 주류사회 고 객을 겨냥하고 운영하던 대표 적 식당들은 경영난으로 줄줄 이 문을 닫았다. 한식에 대한 1세와 2세의 시 선의 차이가 한 원인으로 짐작 된다. 1세에게 한국 음식은 너 무 가까워서 객관적이기 힘든 대상이다“. 맛있게 만들어 푸짐 하게 내놓으면 … ” 이상을 생 각하기 어렵다. 반면 2세들은 한식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하 다.
미국인들의 정서와 입맛에 맞으려면 어떤 맛을 어떤 모양 으로 어떻게 내놓아야 할 지 연 구를 하게 된다. 처음 접하는 사람의 낯선 시선으로 한식을 보면서 창의성을 가미한다.
꼬 리찜에 마늘빵이 곁들여지기도 하고, 깍두기가 들어간 독특한 샐러드가 탄생하기도 한다. 음식은 지금 미국에서 거대 한 문화현상이 되고 있다. 특히 고소득의 전문직 젊은 층인 여 피들은 미식을 하나의 취미생 활로 삼고 있다.
고급 식당을 찾 아가 주방장이 엄선해 내놓는 코스 요리를 즐기는 한편 허술 하지만 맛으로 소문난 음식점 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여가 활동이 되고 있다. 케이블마다 있는 푸드 채널, 거리거리의 푸드 트럭, 그리고 소셜네트웍이 큰 몫을 한다. 식 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화 기 들고 실내 분위기며 음식을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 이 습관이 된 젊은 세대에게 색 다른 음식 체험은 인기 문화 활 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식 팬 들을 늘리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그들의 낯선 시선으로 우리 음식 을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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