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모여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 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몇몇 친구들이 최근 자리를 같이 했다. 개인적인 용무로 사우스다코 타를 다녀왔다는 한 친구가 여행담 을 꺼내면서 대화는 이런저런 주제 들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얼마 전 사우스다코타를 다녀 왔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카 스터 주립공원에 있는 7,700피트 높이의 하니 피크에 올랐던 일이 야. 낮은 구릉과 평원 사이에 홀로 솟아있는 산인데 정상에 올라서니 희열 같은 것이 밀려오더라고. 고 봉들이 즐비한 로키산맥에 올랐을 때도 벅찬 감정을 맛보았지만 그 때와는 달랐어. 정말로 우뚝 서 있 다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어.
■나는 그 감정이 왜 강북부자 들이 강남부자들보다 더 행복한지 를 적절하게 비유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 는 곳에 살다보면 자기가 잘 산다 는 것을 심리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그저 그런 중산층 지역에 사는 부자는 바로 하니 피크에 올 랐을 때 와 같은 뿌듯함을 쉽게 맛 볼 수 있지.
■맞아. 만족감은 절대적인 조건 보다 상대적인 맥락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법이야. 그래서 내가 얼마를 버느냐 혹은 얼마를 가지 고 있느냐 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 했을 때 어떤가를 더 따지게 되고 그런 것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볼 수 있어.
■그 말을 들으니 하버드 대학이 실시한 한 연구가 떠오르네. 연구진 이 조사대상자들에게 자신은 5만 달러를 버는 반면 다른 이들은 2만 5,000달러를 버는 세계와, 나는 10 만달러를 버는데 다른 이들은 25 만달러를 버는 세계 중 하나를 고 르라고 했더니 56%가 전자를 선택 했다는 거야. 절대적인 액수가 많은 경우를 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분명 합리적일 텐데도 말이야. 소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것이지.
■요즘 북한에서 가장 행복한 계 층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라고 하 잖아. 우리가 보기에는 한 가족 외 식비용도 되지 않을 한 달 100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지만 다른 북한 주민들은 꿈꾸기 힘든 월급을 꼬박 꼬박 받고 게다가 간식과 야참으로 제공되는 초코파이를 먹을 수 있으 니 말이야. 상대적인 맥락에서 본다 면 그들은 자기들이 가장 축복 받 았다고 여길 만도 하지. 반대로 한 국이 과거보다 잘살게 됐음에도 국 민들의 불행감이 더 깊어진 것은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 박탈 감이 커진 때문이야.
■얼마 전 포브스지가 한인 장 도원씨를 미국의 38번째 부자로 선 정했잖아. 그러면서 이 잡지는 미국 에서 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관 한 기사를 같이 실었는데 거기에 1 억달러 재산을 가진 부자들에 관 한 언급이 있더군. 1억달러는 9자리 숫자의 맨 마지막인데 이런 부자들 은 수퍼리치와 일반적인 부자들 사 이에 끼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야. 보통사람들은 꿈꾸기 힘든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퍼리치들과 비 교할 때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고 하더군.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 하기 힘든 일이지만 말이야.
■미국의 대표적인 메가처치인 윌로크릭 교회의 담임인 빌 하이벨 스 목사는 부자들이랑 자주 골프를 치는데 이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나 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만족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하더 라고. 다른 부자가 최신 자가용 제 트기를 구입하면 자기가 가진 비행 기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식이지. 포브스지에 언급된 1억달러 부자와 하이벨스 목사가 말한 부자들은 아 마도 미국 상위 1%에 해당될 거야.
■지금 부자들의 탐욕을 규탄하 는 시위가 계속 확산되고 있잖아. 나는 아무리 이들을 규탄해도 자발 적으로 탐욕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객관적 인 부자라도 주관적으로는 결핍감 을 완전히 떨쳐버리기 힘들기 때문 이야. 탐욕은 계속 질주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 러니 이것을 막을 방법은 법과 제도 밖에 없다고 봐야해.
■경영학에서는 포지셔닝의 중 요성이 강조되고 있잖아. 심리 경영 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국 마 음의 웰빙은 나를 어디에 위치시켜 비교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그래 서 옛 어른들이 위를 보면 지옥이 요 밑을 보면 천국이라고 했던 것 같아.
■요즘처럼 살기 팍팍할 때 조금 은 위로가 되는 말이네. 그러나 개 인의 마음 경영 못지않게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 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위들은 공정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이 표 출된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모 두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
■사우스다코타 여행담에서 시작 된 얘기가 행복론을 거쳐 이리저리 돌다 엉뚱하게 사회정의로까지 흘 러왔네. 몇 주 전 수십명으로 시작 된 시위가 확산돼 온 것도 똑같아. 어디가 종착지일지 아무도 몰라. 역 사의 흐름은 항상 그래 왔거든.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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