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동차 계기판의 한 편에 노란 색 불이 켜지곤 해서 괜히 불안한 느낌이었다. 나는 기계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 귀찮아하면서도 자동차 매뉴얼을 꺼내서 읽어보았다.
타이어에 공기가 덜 들어가 있다는 표시라 해서 네 바퀴를 점검했더니 32파운드가 정량인데 그중 하나에는 25파운드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바람을 넣어 넷 다 정량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쁜 노란색 불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평소에 잘 다니는 서비스센터에 차를 가지고 갔더니 네 바퀴는 문제가 없는데 스페어타이어에도 마이크로칩 감지장치가 있어서 그것에 공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경고 불이 켜졌다고 했다. 스페어에 바람을 채우니 금방 문제가 해결되었다.
정말 마이크로칩 세상이 된 것 같다. 마이크로가 백만 분의 1이라는 접두어니까 극히 적은 칩이라는 의미로 극미 박편(薄片)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하다.
컴퓨터의 집적회로도 최소화되어 마이크로 회로가 생겼기 때문에 1960년대만 하더라도 방 몇의 공간을 차지했던 IBM 대형 컴퓨터 정도 성능은 이제 학생들의 소형 컴퓨터나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애플의 아이패드만 가지고도 가능하게 되었다. 아이패드의 경우 저장 용량이 10억 단위를 의미하는 기가(giga)가 붙어 16내지 64 기가바이트(gigabyte)라니까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성공 신화를 이룩하여 엑슨 모빌 등의 세계 최대 회사들보다도 앞서 현재로서의 최고 정상에 올라간 애플을 따라잡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20대 청년을 억만장자로 만든 페이스북, 세계 최대의 검색기관 구글, 그리고 인터넷 쇼핑의 선두주자 아마존,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회사들이 맹렬히 추격을 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 주 킨들 파이어(kindle Fire)라는 아이패드와의 경쟁 상품을, 그것의 반값도 안 되는 199달러에 출시했다.
볼펜 시절보다 이전의 만년필 세대인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게다가 특히 나처럼 게을러서 새 기술 습득을 등한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발전되고 변모되는 마이크로칩 세대가 두렵다.
요즘에는 연방 법원에 제출하는 고소장과 파산 신고 등도 종이에 타자 쳐서 접수되는 게 아니라 컴퓨터로 ‘이 파일링(e-filing)’을 해야 한다. 이런 요구조건 때문에 이메일만 간신히 배운 주제라서 이메일을 열어보다가 누가 나를 친구로 초대하니 페이스북에 가입하라는 내용이 오면 그냥 지워버리곤 한다.
그러면서 최첨단 기계들의 폐단도 생각해 본다. 마이크로워드와 워드퍼펙트 등 프로그램에 철자법 조회 기능이 있어 잘못 쓰인 단어가 올바로 정정되는 바람에 영어 단어 철자법을 점점 까먹게 된다. 생소한 지역의 주소를 찾아 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위성위치 확인시스템(GPS)에 의존하다보니 지도의 독도법도 잊게 될 뿐 아니라 그전에 잘 다니던 길마저 GPS에 기대는 경향이 생긴다.
문자 메시지 보내기(texting)이나 트위터(twitter)도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는 듯하다. 백 몇 십자라는 제한이 있어 트위터를 할 때는, 그리고 텍스팅도 전화비용의 절약을 위해 약어와 불완전한 문장을 쓰게 되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의 작문 실력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구글을 해보라는 것(google it)이 동사가 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찾다 보면 귀중한 시간의 낭비가 대단하다.
정보의 홍수 가운데서 진위를 가리고 취사선택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음란 폭력물의 범람이 청소년들에게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학교 선생들이나 중견 공무원들 중에서도 아동들에 대한 성폭행을 담은 음란물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체포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서 볼 수 있다.
아버지는 대형 TV, 어머니는 인터넷 쇼핑과 서핑, 그리고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 한 집에 살면서도 가족대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상도 문제다. 매사에 있어서 그러하듯이 문명의 최첨단 기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지혜가 필요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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