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이 되는 역사교육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이란 구절 대신 ‘자유민주주의 발전’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이 9명이나 집단사퇴를 했다.
그 대다수가 역사학자 또는 역사교육학자로 불리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이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가 기술되는 것은 잘못됐다”며 집단행동을 벌인 것이다.
그 파장은 급기야 정치공세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친일세력이 좋아하는 표현이고 독재 권력이 좋아하는 용어가 자유민주주의’란 논리를 펴면서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골간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게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 지니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자유민주주의란 말이 교과서에 명시된다고 해서 이처럼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별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부인한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송두리째 부정되어야 한다. 한국의 좌파라면 누구랄 것 없이 모름지기 금과
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는 교리다.
그 대한민국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가 명기되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려던 그동안의 역사(役事)는 물거품이 된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란 말은 김정일 체제와 같은 전제정치와 확연히 구분되는 용어다.
때문에 더 이상 민중 민주주의니, 인민 민주주의니, 사실에 있어 북의 조선인민 민주주의공화국을 옹호, 찬양하는 교육은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좌파의 이 같은 공세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교과서 파동은 그렇지만 한 가지 변함없는, 대한민국이 처한 엄혹한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친북좌파라고 하나, 종북세력이라고 하나. 그런 세력이 한국사회 저변에 여전히 강력하게 포진돼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슈가 제기된다. 남남갈등을 유발할 이슈다. 그러면 벌떼 같이 몰려든다.
2005년 맥아더동상 철거사태가 그랬다. 광우병 난동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최근의 제주도 군사기지 건설 반대 시위도 그랬다.
육지에서 몰려든 자칭 진보세력과 야당 정치인들은 하나가 돼 육탄저지도 불사한다.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 중국을 자극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면서. 그 행태가 좀처럼 숙어들 기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공격적이 되어가고 있다. 어디서 비롯된 풍토일까.
“우리나라 지식인사회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절감했다.”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그런 좌파주도의 난동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 마디 했다가는 후배들로부터 보수꼴통이란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다. 틈만 보였다 하면 벌어지는 종북세력의 난동과 관련해 한 행동주의 우파 지식인이 내뱉은 한탄이다.
“문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극좌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정동영 같은 사람이 갑자기 좌 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은 이해가 잘 안 간다. 본래 나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좌 쪽으로 돌아섰다. 표를 의식한 것인지, 북과의 무슨 접선이 있었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정치적 앰플 주사를 맞지 않고는 그럴 수가 없다.”
한 때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닌 김경재의 말이다. 야권이, 민주당이 종북세력의 볼모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측면은 없는 것일까.
올해에도 미국의회가 북한 인권문제 청문회를 열었다. 탈북자들을 초청해 김정일 정권의 반(反)인권?반인류 죄상을 들었다. 1997년부터 이후 계속해 이 같은 청문회를 열어온 것이다.
영국의회도, 또 유럽연합(EU)의회도 벌써 수년째 매년 탈북자를 초청해 북한 인권문제 청문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가, 올해에는 캐나다가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국회는 한 번도 탈북자 증언을 들은 적이 없다.
그 정도가 아니다. 북한인권법도 제정 못하고 있다. 거대여당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질질 끌려 다닌다. 그러면서 발의는 해놓았지만 민주당이 방해해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지 못했다는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다.
소신이 없다. 중도를 표방하면서 표가 떨어질까 눈치나 본다. 그리고 기껏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의 벤치마킹이다. 그게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그러니 안하무인격인 종북세력의 행동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닐까.
‘대통령선거는 한국국민에 있어 재앙이다’-. 누가 한말이던가. 선거의 해 2012년이 왠지 두렵게 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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