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 연방하원 제 9선거구는 유대인 밀집지역인 브루클린과 퀸스를 포함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제랄딘 페라로를 배출한 이 선거구는 ‘블루 중에서도 블루’로 분류된다. 1923년 이후, 그러니까 88년 동안 한 번도 공화당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9월13일. 이변이 발생했다. 보궐선거 결과 공화당의 밥 터너가 민주당의 데이빗 웨프린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웨프린은 지명도가 높은 이른바 정치 명가(名家) 출신이다. 게다가 유대계다. 그런 그가 그것도 유대인 밀집지역이자, 민주당 아성 지역구에서 패배를 한 것이다. 무엇이 이변을 가져왔나. 추락하고만 있는 오바마 인기 때문인가. 깊어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가. 아니면.
‘앤드류 쿠오모, 2016년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 6월25일자 워싱턴포스트지 기사제목이다.
뉴욕 주가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 1등 공신은 쿠오모 주지사다. 공화당 다수인 주 상원을 타깃으로 집중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그 법안이 마침내 상원도 통과됐고 6월24일 쿠오모는 그 법안에 서명을 했다.
이로써 뉴욕 주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한 여섯 번째 주가 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의 조명이 쿠오모에게 쏟아졌다. ‘그 돋보이는 이슈 선점 능력과 지도력으로 보아 2016년께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 된다’는 전망과 함께.
이게 하나의 계기가 됐다. ‘대권지망형’으로 자처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다투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나서고 있다. 메릴랜드 주지사 마틴 오말리가 그 한 케이스다. 내년에 메릴랜드를 동성결혼 합법의 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존 케리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또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유력 민주당 지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성 결혼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법 앞에 평등’이란 게 그 이유. 그러나 정치적 계산이 없는 게 아니다. 선즉제인(先卽制人)이라고 했던가. 앞서나가야 대권후보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여튼 동성애 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게 현재의 민주당 분위기다.
그 논쟁은 다른 교묘한 형태의 문화전쟁의 모습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학교 내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동성애자 어린이들이 자주 공격대상이 된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다. 그 역의 논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동성애를 공개적으로 긍정하지 않으면, 다른 말로 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학교는 안전한 곳이 못 된다는 식이다.
반론이 제기된다. 가령 학교 교사가 루터파 교인의 자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그 자녀들에게 학교는 위험한 장소가 되는 것인가 하는 반론 이다.
“공립학교가 특정 종교를 지지하면 이는 위헌적인 행위다. 맞는가. 그런데 학교당국이 동성애 옹호자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면 이 역시 위헌적인 행위라는 말인가.” 계속되는 반론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침해 가능성이다.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역에서 이미 그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리노이 주의 많은 가톨릭교회 운영 입양기관들이 문을 닫게 됐다. 동성애 커플의 입양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주 정부가 제재를 가한 것이다. 표현과 종교의 자유가 침범 당한 것이다.
그 교묘한 문화전쟁의 여파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부모들의 교육선택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교과서에 동성애 역사를 긍정적 시각으로 싣게 하고 또 바람직한 한 라이프스타일로 소개한다. 그리고 교사가 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SB 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민주당 아성 지역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했나.
경제 때문이 아니다. 오바마 때문도 아니다. 보수 유대계가 등을 돌려서다, 웨프린은 동성애자 결혼 허용 법안에 찬표를 던졌다. 창조질서 파괴행위에 동조한 그를 동족인 유대계가 응징하고 나선 것이다. ‘Enough is enough!’- 마침내 대반격의 깃발이 올려 진 것이다.
한인 교계가 SB48 저지에 나섰다. 이 법안 철회를 위한 주민발의안 상정에 필요한 서명 얻기 작업에 나선 것이다. 전 교계가 하나가 됐다. 대형 교회, 작은 교회의 구분도 없다. 교파도 초월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모처럼 연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진보와 보수의 대결, 그 문화전쟁에서 보수의 진영에 참가했다. 이런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도 ‘이 땅의 주인이 되는 운동’으로 보고 싶다. 미국의 가치관을 흠모해 이 땅을 선택했다. 이 땅을 위해 기도해왔다. 그리고 이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그 모습에서 청교도 전통이랄까, 보다 충실한 미국정신 같은 게 보여서다.
‘동성결혼을 옹호하지 않으면 대권도전에 나설 꿈도 꾸지마라’- 이 미국이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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