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해군의 한 함정이 베트남 인근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베트남 해안에서 45해리 떨어진 공해를 지나던 순간 난데없이 무선전신이 날라들었다. 스스로를 ‘중국해군’으로 밝히면서 중국해역을 침범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지난 7월 하순께 일어난 일이다. 항행권이 보장된 공해다. 그런데 중국해군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중국영해라는 주장과 함께. 인도 함정뿐이 아니다. 베트남 어선도, 필리핀 선박도 마구 나포된다. 중국해군에 의해. 남중국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인도 접경지역이다. 그런데 중국군이 모습이 눈에 띈다. 파키스탄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 인근 동중국해 해역이다. 중국 선박이, 그것도 떼를 지어 수시로 출몰한다. 중국 군용기의 일본 영공 접근도 계속 급증하고 있다.
사방으로 눈을 흘긴다. 그리고 시비에, 충돌이다. 태평양-아시아지역에서 보이고 있는 중국의 군사, 외교적 행태다. 그 좌충우돌(左衝右突)식의 행패는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오직 강경드라이브다. 걸핏하면 완력을 휘두르는 해외 정책을 중국은 계속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리고 하필 지금이라는 타이밍에 중국은 이 같이 강경노선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의 위협에 지나친 대응을 해온 것이 아니었을까. 9.11사태 10주년을 맞아 일부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에만 몰두해왔다. 중동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 10년 동안 중국은 무섭게 질주했다. 그 중국이 달라져 있었다. 평화굴기(和平?起)란 표어와 함께 미소만 흘리던 표정이 바뀌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리고 사사건건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안보위협세력으로 간주해야 된다. ‘프로젝트 2049’란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의 단언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그 달라진 미국의 정서를 대변해 주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라이벌이 아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 오는 적성 국가란 말이다.
동시에 또 다른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마침내 항공모함까지 진수시켰다. 그 끊임없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특히 원양으로 뻗는 해군력 증강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특히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접근거부 전략이다. 비용이 덜 드는 대 항모 미사일 등을 개발, 실전배치했다. 만일의 중국의 대만 공격 등 중국 근해에서 사태 발생 시 미군의 접근을 억제, 지연시키는 전략이 접근거부 전략이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서해 등 해역에서 미국 중심의 해양질서를 깨뜨리자는 것이 이 전략의 주 목적이다. 말하자면 서태평양에서의 미국의 해양패권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일종의 현대판 연횡(連衡)정책으로 볼 수 있다.” 접근거부전략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미국의 접근을 어렵게 해 만일의 사태 시 미국이 과연 달려올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로 하여금 의심케 하는 것이 전략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략의 또 다른 목표는 미국과의 동맹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이다. 미국보다도 아시아의 미 동맹국이 주 타깃으로 군사적 압력을 극대화 한다. 그럼으로써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시키는 게 중국이 노리는 전략인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미국을 서태평양 일대에서 몰아낸다는 전략이다.
왜 중국은 지금이라는 시점에 이처럼 군사 외교적 강공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아시아-태평양 파워로서 미국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하는 이간책을 쓰고 있다.”
버크 맥키온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의 지적이다. 경제문제로 허둥대는 미국, 이 때야말로 미국의 해양패권 도전에 적기란 판단을 중국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비틀거리고 있다. 대지진에 쓰나미가 덮쳤다. 게다가 일본 정치는 리더십 부재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인도도 테러에, 또 부정부패 스캔들에 정신이 없다. 중국의 완력외교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판단을 중국은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어쩌면 더 심각한 이유는 중국 국내의 불안정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상황은 하나에서 열에 이르기까지 문제투성이다. 경기가 식고 있다. 게다가 인권탄압에, 공해에, 부정부패에, 빈부격차심화에 이르기까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분위기다.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라. 해외에서의 충돌사태는 어쩌면 더 바람직 할 수도 있다. 재스민 혁명이후 가중된 중국 국내의 탄압상황에 대한 관심집중 사태도 비켜갈 수도 있으니까.
“스스로의 파워에 대한 과대평가와 국내 불안이 중국의 외교 행태를 강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조지프 나이의 진단이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그 중국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완력에 의존하는 중국 외교. 이는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다. 그 뒤에 따르는 것은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군비경쟁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전쟁은 사막의 모래에서가 아닌 바다, 다시 말해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공산이 크다.” 로버트 카플란이 한 말이던가. 그 말이 어쩐지 공허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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