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자연의 힘에 비해 인간은 얼마나 연약한가. 허리케인 아이린이 뉴욕을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각종 피해를 안겨 준 것만 봐도 인간 세상의 연약함이 그대로 들어나는 것 같다. 지진도 태풍도 피해간다는 뉴욕이지만 지진과 허리케인이 며칠 사이로 지나가면서 지구상엔 그 어디에도 안전한 지대가 없음을 알게 한다.
아이린 허리케인의 피해 규모 중 사망자 수는 46명이다. 정전사태로 인한 피해규모는 뉴욕을 비롯해 인근 지역의 총 400여만 가구에 공급이 끊겼었다. 피해액은 처음 예상했던 수백억 달러에 비해 낮은 액수인 약 70억 달러로 집계돼 불행 중 다행이라 한다. 그만큼 허리케인이 약화된 상태에서 뉴욕을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보험회사들에 의하면 미국에서 일어난 역대 최대 피해액은 2005년 뉴올리온스와 미 남부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450억 달러다. 두 번째 피해액은 2001년 테러로 인한 쌍둥이빌딩 붕괴 등으로 발생한 230억 달러다. 다음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 220억 달러, 2005년 허리케
인 리타의 60억 달러 등이다.
자연은 말이 없다. 그러나 말을 하고 있다. 그 말은 인간의 가슴을 쓰러 만져주듯 부드러울 때도 있다. 잔잔한 호수나 혹은 산들바람 등이 그렇게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무서우리만치, 아니 세상을 뒤 엎을 듯이 인간을 꾸짖듯 고성을 지르는 때도 있다. 허리케인, 토네이도, 홍수, 지진, 화산폭발 등이 바로 그런 말들이다. 그러면서 자연은 인간들에게 충고한다. “자연과 함께 잘 살아나가”라고. 그러나 인간들은 그 말을 무시하며 살아간다. 무시하면서도 매번 당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문명이다. 한 번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과 화산폭발이 일어나면 화려한 문명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이렇듯 지구의 땅과 하늘이 살아있음에도 인간이 지구와 하늘의 살아있음을 인식 못하고 있다. 어떻게 땅과 하늘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나. 자연의 돌아가는 모습과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춘하추동이 있고 바람이 있고 바다와 산이 있고 지구의 한 복판엔 뜨거운 불이 심겨져 있다. 그 불이 토해지는 것이 바로 활화산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인간은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흙)에서 태어나 자연(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무시하고 자연을 학대하며 자연을 파헤쳐 인간의 유익만을 위해 사용하게 된 것은 어쩌면 불행이 다가올 전초가 아니었을까.
인간과 자연이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닐는지. 바람이 세게 불고 물결이 높이 치고 땅이 흔들리면 혹시나 큰 재앙이 내리지나 않나하며 불안해하는 인간들. 인간문명의 하나인 전기가 나가고 가스가 나가니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들. 약하면서도 강한 척 하는 인간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길 거부한다.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 세계는 미래 자원으로 태양에너지를 꼽고 있다. 이미 태양에너지를 상품화하여 내놓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태양에너지가 인간에너지로 바뀌어 인간문명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태양도 살아있다. 인간들은 살아있는 태양의 입김을 아침마다 받으면서도 감사를 모르고 살아간다.
살아있는 태양과 지구와의 관계. 지구는 조금만 태양의 인력을 벗어나도 우주의 미아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종말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진, 해일, 토네이도, 허리케인, 화산폭발 등등. 이런 것들은 자연을 마구 학대하는 교만한 인간들이 지구를 못살게 굴어 하늘이 내리는 경고가 아닐는지. 허리케인 아이린은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남은 상처는 깊다. 한인들 중에도 이번 허리케인으로 집과 가게가 잠기거나 부서져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보조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길다. 서로 도와 아이린이 할퀴고 간 자국을 빨리 감싸 주어야 하겠다. 찾아가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인간의 허약함. 인간들, 더욱더 겸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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