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싸움이란 것이 있지도 않지만 특히 종교기관에서 벌어지는 싸움들은 민망하고 볼썽사납다. 한인사회의 경우 교회 안에서 분란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교회에서는 다툼이 10년 넘게 반복돼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교회 갈등은 종종 창립자 은퇴 후 그를 어떻게 예우하느냐를 둘러싸고 빚어진다. 예우 규정도 규정이지만 창립자의 수렴청정 행태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라는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단이 되는 일이 많다. 돈 많은 집안일수록 재산 분쟁이 잦듯 이런 싸움도 규모가 큰 교회들에서 더 자주 벌어진다.
요즘 세계 최대교회라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교회 창립자는 한국교계에서 성공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그는 몇 년 전 후임을 세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여전했으며 가족들 역시 교회와 관련된 기관들에 적을 두고 교회 운영에 깊이 관여해 왔다.
하지만 이런 구도가 일시적으로는 지속될 수 있어도 현직 목회자가 자기 자리를 잡고 난 후에는 다툼의 단초가 된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내분은 성명전과 서명전으로 번졌고 금전 문제를 둘러싼 폭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교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갈등에 쏠리고 있는 사회적 관심은 뜨겁다.
완벽하지 못한 성정을 지닌 인간들이 모인 곳이니 교회라고 해서 항상 평온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갈등 상황을 신앙의 정신에 의거해 어떻게 지혜롭게 수습할 것인가 인데 순복음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은 이런 기대를 한참 벗어나 있다.
순복음교회 갈등의 본질은 결국 한국교회의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교회 사유화 논란이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교회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런 교회를 세운 목회자들이 현역에서 물러날 때가 되면서 사유화를 둘러싼 잡음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사유화는 교회를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세습이나 창립자가 계속해 교회를 좌지우지하려는 욕심으로 표출된다.
어려운 환경에서 교회를 세우고 크게 성장시킨 창립자 입장에서는 “내가 어떻게 세운 교회인데”라는, 자부심과 아까움이 뒤섞인 ‘공로의식’을 갖게 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일선에서 손을 뗀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내가 세운 …인데”라는 공로의식은 초심을 변질시킨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세워 한때 ‘국부’소리를 들었던 많은 권력자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역사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이런 의식을 벗어던지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지 워싱턴은 예외적인 인물이었다. 식민지 군대를 이끌고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워싱턴을 측근들은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간청을 한마디로 거부했다. 또 신생국 대통령을 두 번 지낸 후에는 3선 연임요청을 뒤로 하고 자신의 마운트 버논 농장으로 돌아갔다.
워싱턴은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1797년 3월4일부로 공직생활을 마감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야인생활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의 농장에서 눈을 감았다.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은 워싱턴은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킹 조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택했다. 그럼으로써 역사에 더욱 선명한 이름을 남겼다. 세속의 권력자조차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내려놓음의 모범이 돼야 할 교회 내에서 공로의식에서 비롯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전히 소유에의 미련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 기도를 한 후 이겨냈던 시험들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다할 수 있었다. 욕망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도 이제 이런 결단을 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은 목회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목사는 일정기간 파송을 받아 섬기는 일이 주어진 사람일 뿐이다. 소임을 다했으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 교회 건물이 아무리 웅장해도, 또 교인수가 아무리 많다 해도 이 원칙이 달라질 수는 없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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