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레이건. 클린턴. 카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들이란 공통점을 제외 할 때.
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자 바로 링컨과 비교했다. 그가 당선될 무렵 월스트리트가 붕괴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뉴딜’정책의 루즈벨트와의 비유다. 경제적 위기를 맞아 아마도 미국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에 대한 기대였다.
지지율이 68%가 넘었다.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 분위기에서 나온 구호가 미국의 모토인 ‘In God We Trust’에서 ‘God‘이란 단어 대신 그의 이름을 넣은 ‘In Obama We Trust’였다. 그러니 그런 비유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링컨이나 루즈벨트와 비교하다니. 이런 생각과 함께 일부는 그를 80년대 이후 보수시대를 연 레이건과 비교했다. 진보의 시대는 앞으로 적어도 20년 정도는 계속된다는 전망과 함께.
2010년 중간선거 이후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클린턴과 비슷한 노선을 걸을 것으로 기대했다. 진보정책이 먹히지 않았다. 그러자 재빨리 중도로 돌아섰다. 그리고 마침 찾아온 경제회복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했다. 그 클린턴의 재래를 기대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자주 비유된 인물은 카터다. 경제가 엉망이 됐다. 거기다가 이란인질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사태가 발생했다. 그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리더십을 상실했다. 그 카터를 닮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져 온 것이다.
보수 우파의 비아냥이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 조차 그가 카터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었더라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한탄이다. 동시에 쿠데타의 기운도 감지되고 있다. 누군가가 현직인 오바마에 도전해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 들어 민주당을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무엇이 그러면 이런 추락을 불러왔을까.
거의 1조 달러가 투입된 경기부양정책 실패와 무리한 헬스케어개혁이 주원인이라는 게 대다수 의 지적이다. 게다가 초당적 자세로 국정을 이끌 것이라는 공약도 공약(空約)이 됐다. 국가부채상한 한도액을 놓고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갈 뻔했던 것이 그 단적이 예다.
해외정책에 있어서도 별다른 점수를 따지 못했다. ‘상대가 주먹을 편다면 손을 내 밀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해외정책의 기본 방침이다. 이 유화의 제스처는 ‘약함’으로 비쳐졌다. 그래서 일부에서 나온 비판은 오바마는 공연히 사과만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됐다. 세계의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 정황에서 오바마는 또 다른 대통령과 비교되고 있다. 허버트 후버다.
당시로는 드물게 소수계의 이해를 대변할 정도로 상당히 진보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경제가 공황의 나락에 빠져들면서 리더십을 상실했다.
왜 후버는 실패한 대통령이 됐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모든 처방이 빗나갔다. 대공황의 실체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다 안다고 생각했다. 이 착각이 리더십 상실을 가져오고 만 것이다.
스스로가 다 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오바마는 후버를 닮았다는 거다. 상황은 자꾸만 나빠져 간다. 그 잘못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결여돼 있다. 그리고 잘못 될 때 남의 탓만 한다.
그리고 말이 앞선다. 과장된다. 그가 즐겨 쓰는 표현은 ‘전례가 없는’ ‘역사적인’ 등의 용어로, 자화자찬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페리클레스 이후’ 최고라는 평판을 들어왔던 그의 연설능력도 요즘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것도 진보세력 논객들로부터.
“그는 인지부조화 증세의 표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리차드 코언의 지적이다. 미국이 처한 현실과 그가 구사하는 정치구사가 너무 갭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질책이다.
오바마는 그러면 재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인가. 한 때 70%에 가깝던 지지율이 40%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여론의 흐름으로 볼 때 ‘힘들다’는 게 정답 같다.
그렇다고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바마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장기 휴가에 들어간 것이다. 그 휴가를 끝낸 후 고용에 주안점을 둔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정책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지가 2012년 대선 기상도를 가늠할 하나의 척도다.
또 하나가 있다. 공화당의 지나친 자신감이다. 추락하는 오바마 인기, 그 분위기에 편승해 지나친 오버드라이브를 할 경우 여론은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티파티 운동에 사람들이 점차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 조짐이 아닐까.
관련해 또 다른 대통령이 문득 떠올려진다. 미국이 아닌 한국의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도력이 말이 아니다. 그 노무현을 한국의 우파는 코너로 몰아넣었다. 탄핵까지 간 것이다. 그러자 여론이 무서운 기세로 돌아섰다. 노무현은 사실상 재임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어딘가 노무현을 닮아 보이는 오바마- 잘못된 비유인가.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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