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생명은 단 하나밖에 없다. 우주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 다이아몬드가 산처럼 쌓였어도 생명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세상에 둘 도 없는 유일한 것이기에 그렇다. 지금까지 수십억 수백억의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났지만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라 해도 똑같지 않다. 한 어머니 아래서 태어난 자식들도 똑 같은 자식은 없다. 한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은 우주의 별 하나가 태어나는 것과 같다. 아주 신비스러운 경사다. 그러기에 생명도 귀하지만 그 생명이 살아가는 사람의 생존 자체도 귀하다. 그런데 이런 생명을 허술하게 여겨서야 되겠는가.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안에는 하프돔이란 바위산이 있다. 높이가 1천피트에 가까운 깍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된 산이다. 산엔 올라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을 지나가다가 밑에서 위를 쳐다보며 환성을 지른 적은 있다. 한 번은 반드시 올라가보고 싶은 유혹을 안겨주는 산이다. 요세미티는 하프돔 뿐만 아니라 수백미터에 달하는 폭포와 아름다운 호수와 강이 있어 1년에 찾는 등산객을 포함한 관광객만도 4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귀중한 생명들이 비명횡사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미 언론은 지난해 이곳에서 사망한 사람이 15명에 달하고 올 해는 지난 7월말 현재 14명이 생명을 달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에도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자동차를 타고 약 2시간 북쪽으로 올라가면 캐츠킬이 나온다. 이곳엔 4천피트에 가까운 트윈이나 위텐버그, 인디안 해드 등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산들이 있다. 또 뉴욕에서 약 1시간 거리 내엔 베어마운틴을 비롯해 웨스트마운틴, 바위산인 브레익 넥 같은 산들이 있어 뉴욕커와 뉴저지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하는 등산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까지는 좋다. 높은 산에 올라가 산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양 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해 보라. 일주일 내내 세파에 시달렸던 모든 걱정 근심이 다 달아나는 기분을 맛 볼 것이다. 또 마음도 가벼워지고 새로운 용기도 얻는다.그런데 문제는 안전이다. 함께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산을 찾아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고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은 아주 좋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여 실족하여 넘어져 다치게 되면 평생 후회할 수밖에 없는 나쁜 일도 벌어진다. 그러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에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지난 11일 뉴욕 롱아일랜드 뉴하이드팍에서 밤 11시쯤 50대의 한인 남성이 자신의 개인주택 수영장에 빠져 익사한 사건이 13일자로 보도된바 있다. 사인이야 어떻든 어린이도 아닌 어른이 작은 주택 수영장에서 생명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중 한 가지. 수영장을 너무 무시했거나 안전을 생각하지 않아 목숨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다 걱정하다보면 오히려 할 일을 다 못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 산을 찾아 가는 것도 그렇다. 산에 올라가면서 ‘안전, 안전’ 하느니 차라리 집에서 다리 쭉 뻗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더 좋지 않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되 선배와 리더의 말을 귀담아 듣고 안전하게 오르고 내리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사람은 생명 유지를 하기 위해 살아간다. 존재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다. 생명은 목숨이고 목숨은 곧 존재 자체다. 자는 것. 먹는 것. 일하는 것. 마시는 것. 호흡하는 것 등등. 그리고 자연을 찾아 산에 가는 것도 그렇다. 모든 일상이 다 생명을 유지하고 더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요 방법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유지를 위한 우선순위가 바뀌면 곤란하다. 산에 올라가 심신을 연마하는 것은 생명과 삶을 더 건강하고 유익하게 하려하는 목적에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안전하게 오르내려야 한다. 만에 하나 실족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이라도 잃어버린다면. 아예 산에 가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요세미티에서의 추락사가 잘 말해준다. 생명은 단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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