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골 동네가 아닌 미국내 대표적 부자 동네로 알려져 있는 롱아일랜드와 같은 미국의 대도시의 가정에서도 아직도 공공 하수시설이 아닌 개인 주택에 따로 설치되어 있는 단독 정화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을 보게 된다.정화조가 처리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 생활 중에 발생하는 오수 혹은 오물들로서 그 대표적인 예로 수세식 화장실이나 목욕탕, 주방 등에서 배출되는 것들을 들 수가 있겠다. 한국이나 미국의 경우 대도시에서는 대부분이 공공하수 시설을 이용하여 이들 오물들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낸 다음 물리적 정화과정을 거쳐 깨끗한 물을 밖으로 배출시키게 된다.
공공하수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아직도 단독 정화조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정화조의 대표적인 형태로 세스풀(Cesspool)시스템과 셉틱(Septic)시스템이 있다. 가정에서 배출된 생활 하수를 한곳에 모아 침전시킨 후 시스템 탱크 안에서 분해한다는 면에서 이 두 시스템의 방식은 아주 유사하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를 처리하는 구조와 원리가 다를 뿐이다.
1870년께 베키 프랭클린 박사에 의해 개발된 세스풀시스템은 오물을 받아 침전시킨 후 침전물은 정화조 탱크 아래에 쌓이게 되고 침전물 위에 뜬 물은 정화조 주위에 뚫어져 있는 배출구를 통해 바로 땅속으로 스며들게 만들어져 있다. 반면 셉틱시스템은 일종의 세스풀 개량형으로 오물을 침전시켜 생긴 물을 정화조 탱크에서 바로 땅속으로 배출시키지 않는다. 대신 침전물과 물위에 떠있는 부유물(침전되지 않고 여전히 물위에 떠있는 소위 찌꺼기) 사이에 배출관
을 연결한 후 정화된 물을 다시 또 하나의 보관 탱크로 보낸다. 그 다음 정화된 물을 이 보관 탱크에 여러 갈래로 연결되어 있는 구멍 뚫린 파이트라인을 통해 배출시켜 땅속으로 스며들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세스풀시스템보다 그 기능과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침전과정에서 자연 속에 존재하며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미생물(박테리아)을 이용한 생물학적 분해를 통해 이들 오물들을 액체로 변화시켜 자연적으로 정화시키게 된다. 만일 물을 땅속으로 배출키는 파이프라인과 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면 사이에 충분한 흙이 존재한다면 배출된 물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이 지하수면에 도달하기 전에 충분한 여과과정을 거치면서 제거된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론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탱크 안에서 충분한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들 오물들이 그대로 땅속에 스며든다면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환경문제는 지하수 혹은 강물 등의 오염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보통 가정에서 배출된 하수가 정화조가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했을 때 혹은 탱크 내에 지나치게 쌓인 침전물이 정화된 물의 배수를 막는 경우에 왕왕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당연히 이로 인한 악취현상을 수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화조가 주택내에 있다면 다음의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이들 정화조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매년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화조 내에 침전물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있다면 필요시 펌프로 이를 빼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화조 내 배수구 혹은 배수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지 않은지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하수의 양은 시스템 탱크 사이즈, 각 가정 내 가족수에 비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엌의 음식 찌꺼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분쇄기로 갈아 하수처리한다면 하수의 양이 그만큼 더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펌프의 사용빈도가 증가할 수도 있다. 간혹 집을 증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하수의 양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화조 시스템도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화조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는 세탁시 세탁기에 일반 세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박테리아증식을 촉진시키는 효소컨디셔너(Enzyme Conditioner)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변기 세척제사용도 자제할 것을 권유하는데 이는 하수를 분해시키는 미생물 즉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정화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인지할 수 있는 의심스러운 특징으로는 변기의 물이 천천히 내려간다거나 싱크나 변기 혹은 세탁기에 물의 역류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싱크대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고 ‘꼬로록 꼬로록’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또한 악취발생, 정화조 주변 잔디밭의 잔디가 주변잔디에 비해 진한 녹색을 띠고 있는 경우, 아니면 잔디나 흙이 흠뻑 젖어있는 경우 혹은 주변에 비해 땅이 많이 꺼져있는 것(침하)등을 들 수 있다.
1975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정화조는 벽돌이나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왕왕 있다. 이 경우 붕괴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시스템 주변에 가지 말고 아이들이나 애완동물 등이 뛰어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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