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양은냄비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먼 옛날부터 양은냄비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하게 여겨지는 주방식기 중 하나다. 특히 양은냄비에 계란을 풀어 끓인 라면의 추억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추억의 노래를 부르면서 젓가락으로 두들기다 생긴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스테인리스 냄비보다도 더 정겨운 이유는 무엇일까…
알루미늄은 우리 실생활에서 철 다음으로 구리와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철 중 가장 가벼운 경금속이다. 이 알루미늄은 자연 속에서 금속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 또는 다른 원소와 결합되어 바위, 점토, 흙 등에서 추출되고 있다.
알루미늄은 전선의 대부분을 차치하고 있는 동(구리)에 이어 전선의 재료로 전도성이 큰 아주 경제적인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전도율은 구리의 60% 정도이나 가볍고 동일한 무게의 동에 비해 2배의 전류를 통할 수 있어 오늘날 고전압의 송전선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주택이나 건물내 주 전기박스(배전판:Main Service Panel) 에 연결되어 있는 송전선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굵은 알루미늄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공기 중에 방치되는 경우 알루미늄이 다른 물질에 비해 훨씬 빨리 산화한다는 점이다. 물론 절연산 화막을 입혀 제작하고 있으나 장기간의 노출로 인한 전기화재발생 또한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창틀을 보면 그 표면에 광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매끈하지 않고 오돌도돌한 경우를 목격하게 되는데 이 또한 알루미늄의 산화성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미국전신코드(NEC)에서 알루미늄전선의 사용을 용인하고 있으나 화재발생 등의 단점 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사용상 주의를 요하고 있다. 지난 1965년~1975년 사이 건설된 미국내 가구 중 약 150만 가구가 알루미늄 전선을 설치한 바 있다. 국립화재예방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1972년 이전에 제조된 알루미늄전선을 사용하고 있는 이들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율이 구리전선을 사용한 주택에 비해 55배나 더 많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전선 자체는 적절하게 잘 설치되는 경우 구리선과 같은 안전성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재의 발생 원인을 보면, 알루미늄 전선 그 자체보다는 전등 스위치(Light Switch)나 소켓(Outlet)의 연결부분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화재의 원인이 된 전선이 외부로부터 주택내 주 전기박스에 연결되어 있는 240볼트 알루미늄 전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가정이나 건물에서 주로 사용하는 120볼트의 전선으로, 여러 가닥으로 꼬아 만든 전선보다는 한가닥(Single-strand)으로 만들어진 #10과 #12사이즈의 은색 알루미늄 전선의 이음새 즉 연결부분에서 집중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알루미늄의 연성 즉 늘어다 줄었다하는 특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반복적 특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구리선에 비해 전선의 연결부분이 더 많이 느슨해지는 현상(혹은 연결나사가 풀어져 있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실보다는 굵은 새끼줄을 단단히 묶기가 어렵듯이 동일한 전기양을 전달하기 위해 구리선에 비해 더 굵은 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연결부분을 단단히 조일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알루미늄의 산화성으로 인한 저항력 때문에 열이 발생하게 됨으로 화재 발생률은 증가하게 된다. 특히 서로 다른 형태의 금속을 연결할 때 산화가 증가하는 특성으로 인해 알루미늄 전선을 동으로 만들어진 소켓이나 전기스위치의 연결부분에 연결할 경우 저항이 증가함으로 연결부분은 더욱 뜨거워지고 녹기도 하기 때문에 이때 화재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인지하기가 어렵다. 화재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전제조건으로 알루미늄 전선의 연결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인지할 수 있다. 소켓이나 스위치에서 스파크(Spark)현상이 일어나거나 커버에서 열이 감지되는 경우, 타는 냄새나 연기가 감지되는 경우, 특이한 이유 없이 전등이 깜빡이는 경우, 전선의 절연피복(Insulation)이 녹은 경우, 전등이 갑자기 나가는 경우 혹은 갑자기 밝아지는 경우, 특이한 이유 없이 퓨즈가 나가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감지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소유한 전기기술자에게 신속하게 연락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구리선이 비싸다 하더라도 비용절감을 위해 비교적 값싼 알루미늄 전선 사용을 전문가들이 권하지는 않는다. 만일 주택이나 건물내 전선이 알루미늄 전선으로 되어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이를 문제삼지 않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험커버가 안된다면 화재시 엄청난 개인적인 재정지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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