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관
충남대 교수
SFSU 객원교수
대한민국 19세 이상의 국민은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연서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최근 한국에서는 800여개 대북 민간 기업들의 피해 발생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직무유기’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를 가려달라고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구체적인 직무유기 사례로서는 북한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에 따라 남측 기업들이 파산위기에 처해 있고, 통일부의 남북경협 중단조치로 인하여 임가공 교역업체들은 설비처리 문제로 고민 중이며, 내륙 경협업체와 농수산물 교역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처해 있으며, 또한 개성공단 사업도 남북간 경색국면의 장기화, 신규투자 제한 및 중단, 개성공단 근로자 숙소 건립 등 남북간 합의사항 불이행, 신축중인 공장 전면 중단, 신규인력공급 중단 등으로 더 이상 사업상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 장관의 구체적인 법률위반 사례는 1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5.24 조치가 헌법 제4조(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 및 제66조 제3항(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의무)에 근거한 세 개의 남북경협관련 법률(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및 행정절차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남북경제협력은 정경분리원칙을 존중하면서 경제논리로 추진되어야 지속가능한 경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공산권 국가들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실시하는 <先경제後정치> 전략을 수립하여 수교까지 이루었다. 이것을 북한에게도 적용하고자 비록 일방적이기는 하였지만 <7.7 대북개방조치>를 선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1988년 말에 남북한 경제교류의 첫 시범사업으로서 모시조개 20kg이 부산항을 통하여 반입된 바 있다. 그 이후 북한의 농수산물이 남한으로 반입되었고, 그 대가로 우리의 공산품이 반출되었다.
그러나 물물교환의 한계에 직면하자 임가공사업으로 진전되었다. 코오롱상사가 학생용 가방 원단을 북한에 반출하고, 북한 기업이 이를 가공하게 한 후 완제품을 다시 반입하였고, 삼성물산이 청바지 원단을 북한으로 반출하고, 완제품을 다시 반입하여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였다. 그 후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경제교류(물자의 반출입)와 경제협력(투자)은 결국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를 감축시켜 한반도 통일의 물질적 비용을 축소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공장을 언어가 그런대로 통하는 북한으로 이전함으로써 북한은 일자리와 소득을 얻고, 남한은 노동집약적인 제품의 생산비를 낮추어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상호 윈윈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인택 장관이 이러한 평화통일 지향적인 남북경제교류와 협력 사업을 진전시키기는커녕 과거 냉전시대로 되돌려 놓은 책임을 물어 퇴진시키기 위해 NGO들이 앞장서서 국민감사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8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이어서 아프리카 자원외교를 마무리 짓고 귀국하였다. 이 대통령은 2013년 2월 임기를 잘 끝내기 위하여 귀국과 동시에 전 세계 재외국민 유권자가 투표하게 되는 2012년 4월 총선(국회의원 선거)과 12월 대선(대통령 선거)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1년 반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후평가가 크게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장관으로서의 재임기간이 2년 이상이나 지난 통일부 장관의 거취를 결단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현 세대들은 다음 세대들이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인 물질적 통일비용을 감축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서, 장관으로서, 후세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직무유기로 말미암아 우리를 원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남북한 간의 경협을 정경분리원칙을 존중하면서 경제논리로 추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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