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논설위원
LA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한인 학부모와 일반 미국 학부모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뭔가 잘못을 저질러 부모를 부르면 미국 부모들은 자기 아이 감싸며 변명하기 급급하다. 반면 한인 부모들은 “내가 아이를 더 잘 가르치겠다. 아이가 잘못했으니 더 따끔하게 벌을 주라”고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에 대한 확실한 인정이다.
중년의 한인들이 한국에서 교육받을 때 학교와 교사가 갖는 권위는 확고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존경하는 은사가 있건 없건 ‘스승의 은혜’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자연스럽다.
그런가 하면 온갖 수식어로도 부족할 만큼 ‘악랄한 선생’에 대한 기억 하나 없는 사람 또한 별로 없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는 군대생활 ‘무용담‘ 못지않게 고등학교 시절 교사들로부터 당한 무차별적인 매질이 추억담의 한몫을 한다.
다 큰 어른인 그들이 나약한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난폭했을까. 주입식 교육의 교실 안에서 교사가 갖는 무소불위의 권위가 문제였다.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로 교직자 중에도 성격이나 정서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들이 손에 쥐어진 권위의 칼을 부당하게 휘두른 결과였다. 학생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지금은 세상이 정반대로 바뀌어서 교사들의 인권이 위협 받고 있다. 제멋대로인 학생들, 그런 아이를 상전처럼 떠받드는 학부모들 앞에서 교사들은 속수무책이다. 툭하면 학생의 인권이 문제되니 훈육이라는 교사의 기본 임무 수행에도 소신이 필요하다.
이민 초기 미국 교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랐던 한인들은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교실 안 풍경에 충격을 받고 있다. 야단치는 여교사를 학생이 폭행하고, 학생에게 벌을 준 교사에게 학부모가 “아이도 키워보지 않은 네가 뭘 안다고 … “ 라며 삿대질을 하고, 수업 중에 영상통화를 한 학생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교사가 징계 당하는 따위의 보도가 끝이 없다.
그와 더불어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것이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노인들에게 막말하는 젊은이들의 거친 행동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의 세상이 되었다. 학교가 변하고 가정이 변하면서 생긴 후유증이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에 의하면 아이들은 야만인 같은 존재다. 그냥 내버려 두면 천둥벌거숭이가 되므로 분명한 지침을 주며 훈육해야 바른 시민으로 성장한다. 적당한 체벌과 상은 교육의 수단으로 인정된다.
반면 요즘 시행되는 진보적 교육의 근원은 장 자크 루소이다. 루소는 아이들을 천사 같은 존재로 보았다. 사람은 죄가 없는 상태로 태어나지만 잘못된 환경 탓에 악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강요도 없이 아이들을 되도록 자연스럽게 내버려두어야 본래의 선한 성품이 꽃을 피운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6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근년 후자의 교육방식이 도입되면서 장단점이 분명해졌다. 학생들의 창의성, 자긍심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했지만 학생 인권에 너무 민감하다 보니 지도가 불가능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저마다 ‘샤오황디’이다. ‘소황제’라는 이 말은 1979년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원칙을 실시하면서 중국에서 생긴 말. 하나뿐인 아이가 너무 귀해서 부모들이 황제처럼 떠받들어 키우면서 붙은 별칭인데, 미국이건 한국이건 맞벌이 하는 요즘 부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부모가 조금만 방심하면 자기중심적이고 버릇없고 제멋대여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아이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영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 11일 영국 교육부는 13년 동안 실시해온 ‘노 터치’ 정책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학생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원칙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교내 폭력사태가 급증하고, 교사들이 규율을 잡을 수 없게 되면서 교육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졌다.
교사가 자신의 좌절감을 학생들 매질로 푸는 것도, 겁이 나서 학생들에게 벌도 내릴 수없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교실에서 상식이 통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겠다.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절제와 겸양, 어른에 대한 공경 같은 교육도 시키지 못한다면 결과는 도덕부재의 사회이다. 아이가 그런 사회에서 살면서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