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목회학박사 )
1998년 강원도의 힘(The Power of Kangwon Province)이란 영화가 홍상수감독에 의해 선보였다. 교수를 지망하는 유부남 강사 상권과 상권의 과거 연인이었던 지숙이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 상권은 후배와 함께, 지숙은 친구들과 함께 떠난 두 사람의 행적이 강원도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극영화와는 달리 독특한 기법으로 만들어졌으며 일상의 재발견을 그린 영화로 한국 영화사상 ‘가장 낯 설은 작품’이란 평을 들었다. 그리고 특별히 강원도의 힘을 보여준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영화가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의 힘’이란 말로 그저 그런 강원도 사람들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7월6일 오전 11시 강원도의 힘이 전 세계에 발산되는 쾌거가 온 세계에 전파됐다. 두 번이나 떨어졌던 강원도 평창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감자로 연명해, 강원도 사람들을 감자바위라 불렀던 힘 없어보이던 강원도의 힘이 이제야 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날 뉴욕에서는 강원도 도민회와 평창, 춘천 향우회 회원들이 식당에 모여 개최지 발표를 들었다. 개최지가 ‘평창’이라고 쓰인 것을 본 순간 모인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렸다. 평창이 동계올림픽에 선정된 것은 강원도 사람들의 경사만은 아니다. 한국에 사는 국민들과 전 세계 한인들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평창이 발표된 남아공 더반은 한국과 좋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1974년 7월4일 더반에선 세기의 권투대결이 벌어졌다. 한국 권투선수 홍수환이 남아공의 아놀드 테일러를 이기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2010년 6월23일 한국축구가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2-2로 비겨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룬 곳도 더반이다.
지난 5월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선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가 열렸다. 이 콩쿠르는 폴란드의 쇼팽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 중 하나다. 여기서도 강원도의 힘은 발산됐다.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고 줄리아드음대를 나온 소프라노 홍혜란씨가 아시안 최초로 성악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유달리 산이 많고 개울이 많은 강원도. 이렇게 산과 물이 많은, 강원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순박하다. 특히 평창은 단종대왕의 야사가 얽힌 영월과 바로 인접돼 있는 곳으로 산 좋고 물 맑은 곳이다. 평창이 고향인 뉴욕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들 중엔 뉴욕의 한인 식당업계에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존경받는 종교인도 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됨에 따라오는 한국의 경제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장과 교통망, 숙박시설 등의 대회 개최를 위한 투자와 대회기간중의 국내 및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 부을 소비액이 약 20조원에 달한다. 그 것만이 아니다. 대회에 따른 부가가치는 약 8조에서 9조원이며 그에 따른 고용창출은 23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경제효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두 배 수준이라 한다. 88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으로 경제회복을 맛보았던 한국이니만큼 이번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에 많은 부를 안겨줄 것은 확실하다. 2018년이면 앞으로 7년. 준비에 전력을 다해 역사에 남을만한 올림픽이 되도록 정부와 국민들은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선정 소식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세 번째 얻어진 10년만의 결과이기에 그렇다. “두 번 떨어졌는데 세 번이라고 될까!”하는 병약한 모습은 한국인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 결과는 대통령부터 평창시민과 강원도민 등 김연아를 포함한 온 국민들이 합심하여 얻어낸 결과로 한국인의 끈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생을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렵다고 금방 포기해서는 안 된다. 될 때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포기는 곧 죽음이다. 소망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을 만나도 희망을 품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만이 새로운 길을 열어 놓는다. 평창의 도전은 이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강원도의 힘, 평창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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