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가 찰스 린드버그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두 번째로 횡단한 비행사 이름을 물으면 아는 이가 거의 없다. 답은 버트 힝클러다. 힝클러는 린드버그보다 더 빨리 비행했고 연료도 훨씬 적게 썼다. 그러나 최초인 린드버그의 이름은 알아도 힝클러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최초는 각인효과가 크기 때문에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먼저 시장에 발을 디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선도자의 법칙’이다.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말이다. 이 법칙은 아주 오랫동안 업계를 지배해 왔다.
실제로 처음으로 나왔던 브랜드가 시장을 계속 지배하는 사례는 많다. 일부 선도적 브랜드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마케팅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 ‘포지셔닝’이 주장하는 것도 이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60% 정도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업체들이라는 조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세기까지의 현상일 뿐이다. 제품의 수명이 날로 짧아지고 기술의 변화가 극심해지면서 이 법칙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선도자들을 따돌리고 독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싫증을 잘 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변덕도 한몫 하고 있다.
미국사회의 트렌드를 읽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스트셀러 칼럼니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은 “최초가 항상 최고가 되지는 않는다”며 기존의 아이디어에 새로운 요소를 첨가하는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선도자들을 앞서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로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보다는 3번째 정도 나오는 업체가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의 관찰은 기존의 마케팅 법칙을 뒤집는다.
그가 대표적으로 꼽은 기업은 애플과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이다.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독창적이라 보기 힘들다. 다만 기존 것들의 미진한 요소를 찾아내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조금 더 발전시켰을 뿐이다. 시장은 늦게 뛰어든 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물론 나중에 뛰어 들었다는 것 자체가 곧바로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업체의 성공방식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비틀어 볼 줄 아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구글 창업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이것은 대기업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다른 업소가 만들어 낸 서비스와 식단에 디지털 활용 등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미해 젊은 층과 외국인 손님 공략에 성공하고 있는 식당들이 그 중 하나이다.
비즈니스뿐 아니라 경쟁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다. 2008년 대선에서 인지도 때문에 고전하던 후발주자 버락 오바마는 이에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구글을 보라. 늦게 시작했지만 앞서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 선두주자가 안일한 낙관에 빠져 있는 사이에 오바마는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며 결국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정보가 넘쳐나고 정보의 이동이 빛의 속도처럼 빨라지고 있는 세상에 오래 존재하는 새로움이란 있을 수 없다.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혁신을 게을리 하게 되면 뒤처지거나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 2005년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5억8,000만달러에 구입했지만 후발주자인 페이스북에 추월당하며 고전해 온 소셜 네트웍의 선도자 마이스페이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마이스페이스는 지난주 3,000만달러 헐값에 매각됐다. 버나드 쇼의 유머 넘치는 묘비명은 이런 기업들의 탄식으로 제격이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지난 2004년 펩시는 사상 처음으로 코카콜라의 매출을 앞섰다. 당시 CEO였던 스티븐 라이몬드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고 한마디 했다. 이 말은 영적 원리로서뿐 아니라 마케팅 법칙으로도 점차 보편성을 넓혀가고 있다.
선발 주자들의 발자취에 나만의 색깔과 아이디어를 입힐 줄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늦게 뛰어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계만 절감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줄 아는 것, 이것이 또 하나의 성공법칙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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