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연휴다. 올해로 235년째인가. 그 독립기념일이 올해에는 월요일에 찾아와 황금연휴를 즐기게 된 것이다. 한 가지 무거운 상념이 그렇지만 미국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시대는 가고 미국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쇠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3분의 2는 미국이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 불만인 사람은 70%가 넘는다. 각급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미국인들의 정서다. 한 마디로 비관주의가 팽배해 있다. 그 가운데 몇몇 여론조사 결과가 새삼 눈길을 끈다.
CBS 여론조사가 그 하나로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은 86%에 이르는 것으로 밝힌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워싱턴포스트지와 하버드대학 여론조사도 그렇다. 미국인의 4분의 3이 미국의 정부시스템을 지구상에서 최선의 시스템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밝힌 것이다.
표면과 바닥의 흐름이 다른 이중성의 정서라고 해야 하나.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미국인들은 걸핏하면 스스로를 불신하는 버릇이 있다. 회귀성 열병 같은 그 증세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팽배한 비관주의에 대한 일부의 진단이다.
1930년대에는 미 자본주의 붕괴론이 유행이었다. 60년대에는 소련에 추월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휩쓸었다. 그리고 80년대의 지배적 담론은 ‘일본시대 도래’였다. 그러나 모두 빗나갔다.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제는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 세 곳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다. 현재 미국이 맞은 상황이다. 상당히 심각하다.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때문에 팽배한 패배주의를 단지 ‘열병’ 재발 정도로 보는 것은 안이한 진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외부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 국제여론조사에 따르면 25개 조사 대상국 국민 중 13개 국가 국민은 미국 시대는 가고, 중국 시대가 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국가의 수명을 인간 수명과 비교한 데서 온 오류다.” 조셉 나이의 말이다.
과거 영국이 식민지 미국을 상실 했을 때 영국 시대는 끝이라는 한탄이 나왔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은 더 화려한 한 시대를 열어갔다. 고대 로마제국도 전성기를 지난 후에도 300년 가까이 ‘팍스 로마나’시대를 이끌어 갔다.
미국이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현재 미국이 맞은 문제는 일종의 ‘생명체라면 겪는 병치레’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 국가의 건강은 정치, 경제, 군사 그리고 사회적 토대의 내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점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안정이란 측면부터 보자. 수많은 이민그룹이 존재한다. 미국 사회는 그 새 이민그룹을 큰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이민그룹은 미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유럽에서, 중국에서, 또 일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거리 시위도 그렇다. 국가재정 같은 것은 알바 아니다. 나 개인의 안녕만이 중요하다. 그리스 등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리시위다. 더 이상의 재정적자는 망국의 길이다. 그걸 막아야 한다. ‘티 파티’운동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의 거리 시위다.
“단순히 GDP 성장만으로 중국시대 도래를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 계속되는 조셉 나이의 지적이다. 미국이 지닌 군사력, 소프트 파워에 있어서의 이점 등을 고려치 않은 지나친 속단이란 것이다.
게다가 21세기는 이른바 정보 시대(information age)다. 이 시대에 특히 요구되는 것은 개방성과 혁신의 마인드다. 이 점에 있어서 미국은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 시대의 주역은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이중성의 정서, 그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석유 등 지금까지 알려진 화석연료 부존 량은 사상 최대다. 미국의 군사력 역시 사상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량자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채 문제도 그렇다. 되갚을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역사학자 빅터 데이비스 핸슨이 팽배한 비관주의를 겨냥해 한 말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다른 게 아니다. 의지부족이다. 바로 여기서 왜 미국인은 이중성의 정서를 보이고 있는지 그 해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펀더멘탈에 대해서는 여전히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의지를 집결시킬 지도자가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신뢰 가운데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쇠락은 그러면 정해진 수순인가. 그 답을 영국의 석학 폴 존슨을 통해 들어본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장래에 대해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미국 스스로가 회복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기인한 미국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미국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Happy Independence Day! God, bless America!"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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