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조건 오래가지 않는다
▶ 지금이 집 사야 할 때
최근 미 평균 주택 가격이 2002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의 2년전부터 ‘지금이 집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하던 부동산 관계자들의 진단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거품이 빠진 가격과 전에 없이 낮은 모기지 이자율은 큰 매력이지만 여전히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들은 보다 설득력있는 근거 자료들을 근거로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은 무디스사의 각종 부동산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의 좋은 조건들이 의외로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구매를 너무 늦추지 말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지금의 호조건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각종 분석에 기인한다. 무디스가 주택 가격이 반등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2013년 하반기부터다. 그때부터는 현재 한창 진행중인 헐값세일(Distressed Sale)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 4월 주택가가 전년보다 7.5%나 떨어지긴 했지만 헐값세일 주택을 제외하고 비교하면 불과 0.5% 내려갔을 뿐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주택 건설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예상된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분명 2~3년 짧은 기간안에 상황이 급변하진 않지만 주택 경기의 반전을 나타내는 징후들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주택 구매 예정자들에게 가격과 이자율 외에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 인구학적 요소
잠재 수요층인 20~30대가 구매에 나설 경우 현재 충분해 보이는 공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집을 갖는 시기는 취업과 결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 위기 이후 신규 주택, 아파트 구입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여전히 룸메이트나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큰 원인이다. 2005년 한해 신규 주택의 렌트와 구매가 200만건에서 2008년 58만건으로 급감한 것이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무디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숫자가 95만건으로 다시 늘었으며 향후 10년간 120만건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다. 현재 미 전역에 비어있는 주택이 1,300만 가구에 달해 일반적인 시기보다 300만 가구 이상이 많지만 2~3년내로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 주택감당능력(Affordability)
중간주택가격과 중간가계소득의 비율로 나타내는 주택감당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 바뀌고 있다. 즉,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에는 렌트를 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지역에서 집을 갖는 것이 렌트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주택붐이 한창이었을 때 주택가격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 케이스쉴러(S&P/Case-Shiller)인덱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주택가격은 74%나 상승하였던 반
면 중간가계소득은 15%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주택가격의 하락현상은 이처럼 과다하게 상승한 지역들의 주택가격들이 원상회복되어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이 가져다주는 순기능은 무엇보다도 주택감당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2년전에는 염두에도 두지 못하였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심리적인 요소
주택 소유에 대한 오래된 믿음에는 경제적 요인외에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인터뷰 한 커플은 오랜 렌트 생활을 마치고 집을 장만한 뒤 “이제는 딸의 방 색깔을 내 맘대로 칠할 수 있다”고 기뻐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갖게 된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울타리와 정원이 있는 마이홈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럭셔리 리빙사의 애론 갤빈 대표는 “페니 매의 조사에 따르면 꼭 집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의 수가 2006년 83%에서 2010년 66%로 크게 줄었다”며 “그러나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렌트보다 소유가 낫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모기지 감당 능력이 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일단 렌트를 살면서 구입 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이다.
갤빈 대표를 비롯한 많은 부동산 관계자들은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무리하게 빛을 내서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줄겠지만 ‘주택이 중산층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저축률이 워낙 낮은 미국에서 모기지 불입 자체가 일종의 ‘강제적인 예금(forced saving)’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있다. 차익으로 인한 이득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꼬박꼬박 납입하고 나면 은퇴 후 가장 든든한 재산인 집 한 채는 남는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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