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은 떨고 있을까-. 포린 폴리시지가 던진 질문이다.
제목이 아예 ‘독재자들(Dictators)이다. 아랍 민주화 특집을 통해 일반인들이 잘 못 알고 있는 독재 권력의 메커니즘을 해부했다. 그리고 20세기 형 독재자들이 21세기에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 진단과 함께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다.
‘폭정체제가 맞을 운명은 파멸뿐이다.’ 이번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진단이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아랍?중동문제 전문가 버나드 루이스와의 대담을 통해 아랍의 민주화를 분석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전제주의 폭정체제가 맞을 운명은 파멸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재자의 특징은 탐욕에 있다. 1인당 GDP가 9,000달러도 안 되는 마당에 카다피는 무려 600억달러의 비자금 계좌를 가지고 있다. 그 터무니없는 탐욕이야 말로 독재자가 공통으로 보이고 있는 특성이다.” 내셔널 리뷰지의 독재자 심리 진단이다.
dictator, tyrant, autocrat…. 하여튼 독재자와 관련된 단어들이 하루라도 안 나오는 날이 없다. 세계의 독재자들을 여러 각도에서 해부하면서. 일시의 유행일까. 어쨌거나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아랍의 민주화와 관련해 미국 언론 보도에서 목도되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새삼스레 한 가지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독재자, 독재 권력에 대한 정의(定意)를 둘러싼 논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 번도 무바라크나 카다피를 독재자로 매도한 적이 없었다. 그런 무바라크가, 또 카다피가 분출한 피플 파워에 코너로 몰리자 오바마 행정부는 등을 돌렸다. 시리아의 알-아사드에게도 여전히 같은 접근방법을 보이고 있다. 그에 대한 비판이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해묵은 논란이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는 친미노선의 제 3세계 독재자를 ‘권위주의자형 독재자(autocrat)’로 지칭했다. 이 유형의 독재 체제는 민주 체제로의 전이가 가능하다는 전제와 함께. 반미 좌익 독재체제를 전체주의 체제로 불렀다. 민주체제로의 전이가 불가능한 체제라는 진단과 함께.
말하자면 친미냐, 반미냐에 따라 그 독재자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비슷한 논란이 재현됐었다. 이번에는 현실론자(realist)의 접근방법이 옳은가, 아니면 이상주의자(idealist)의 정책이 옳은가 하는 방식으로.
힐러리 클린턴 등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팀들은 스스로를 현실론자로 불렀다. 인권은 항상 뒷전이었다. 인권을 강조하다보면 미국의 이해와 상충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국무장관으로서 첫 번째 중국방문에 나서 인권문제를 아예 거론조차 않았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접근방법 때문이었다.
그 클린턴의 발언이 달라졌다. 그 달라진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흘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중국의 강경 외교정책과 억압적인 국내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어틀랜틱지와의 대담에서는 그 메시지가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힐러리는 아랍의 민주화와 관련해 미국은 민주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중국은 재스민 혁명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그 두려움에서인지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을 마구 잡아들인다. 이런 방법으로 체제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에 대해 이 같은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힐러리는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체제가 맞을 운명은 궁극적으로 붕괴밖에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마치 소련의 붕괴를 거침없이 내뱉은 왕년의 레이건 발언을 듣는 것 같다는 게 어틀랜틱지의 주해(註解)성 코멘트다.
2011년5월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연설을 통해 미국은 민주시민의 편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미 아랍국가 뿐이 아니다. 친미 아랍국가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도 지지와 성원을 천명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독재체제에 대한 하나의 담론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독재 권력에 대한 접근방식에는 현실론자와 이상론자의 경계가 없다. 다시 말해 인권과 민주주의 확산이야말로 미국 해외정책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재발견, 그 정책화를 선언한 것이다.
바로 그 날 김정일 일행을 태운 열차가 조-중 국경을 넘었다. 1년 새 세 번째 방중이다. 왜 이처럼 빈번한 중국행일까. 북한 정권에 뭔가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고 볼 수밖에.
그렇지만 공교롭다면 공교롭다. 오바마 해외정책이 민주 대 권위주의 체제 간의 대결구도로 잡혀가면서 독재 권력에 적극적 공세를 펴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는 신호와 함께 이루어진 중국방문이어서 하는 말이다.
왜 김정일은 황급히 중국을 방문했나. 재스민 향기는 점차 짙어져가고 그 가운데 협심증(狹心症)이 도져서인가.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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