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기독교방송국이 ‘심판의 날’을 예고하고 나섰다. 성서에 등장하는 ‘심판의 날’이 오는 5월21일 강력한 지진을 앞세워 찾아온다는 것.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과 수 천개의 옥외 광고판에 이처럼 ‘담대한’ 내용을 게시해 온 ‘패밀리 스테이션스’는 53년 전에 세워진 비영리, 비상업 기독교 라디오방송 네트웍으로 총 66개 지역 방송국을 거느리고 있으며 40개국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제법 기반을 갖춘 조직인 셈이다.
라디오 방송 ‘패밀리 스테이션스’사장 해럴드 캠핑
“21일 대지진으로 심판의 날 열린다” 대대적 광고
94년 9월에도 예수재림 예고했다가 빗나가 대망신
“성서가 이를 보증한다!”는 문구를 담은 패밀리 스테이션스의 ‘심판의 날’ 옥외 광고판.
패밀리 스테이션스는 미국 내 1200개, 전세계 2000개의 대형 옥외 광고판에 ‘성서가 이를 보증한다!’(The Bible guarantee it)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띄워놓았다.
이와 함께 5대의 RV에 탑승한 열성 지지자들이 패밀리 스테이션스의 지원 하에 지난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예수의 재림이 임박했다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이들의 구체적 ‘예고’에 따르면 심판의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신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5월21일 오후 6시에 발생하는 대지진이다.
강력한 지진은 10월21일까지 계속되며 ‘믿는 자’들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휴거’가 이어진다. 패밀리 스테이션스가 내놓은 언론 발표문은 ‘심판이 날’에 앞서 나타날 것으로 성서가 전한 모든 징후가 이미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발표문은 교회의 완전한 타락, 사회의 도덕적 붕괴, 1948년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국가 재건립, 동성애자들의 자긍심 고취 운동인 ‘게이 프라이드 무브먼트’(Gay Pride Movement) 출현, 성서에 대한 철저한 무시 등은 예수의 재림을 불러올 영적 징후이자 직접적 증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패밀리 스테이션스의 사장 겸 총지배인인 해럴드 캠핑(89)은 “성서상의 증거가 너무 구체적이고 압도적이어서 이번 예언은 절대 빗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께서 그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야밤에 도둑처럼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확신을 갖고 이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핑은 언론 발표문을 통해 “하느님이 ‘심판의 날’이 언제일지 알아내는데 필요한 결정적 정보를 계시했다”며 “성서가 그렇게 선포했기 때문에 그날은 2011년 5월21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주의 은총을 받지 못한 채 심판의 날을 맞은 사람은 ‘구원의 희망’이 없다”며 하느님은 “(천국의) 문이 닫힐 것”이라고 이미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스테이션스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처럼 어마어마한 선언을 할 수 있느냐는 네티즌들의 비아냥 섞인 질문에 “그는 지난 50년간 지치지 않고 성서를 공부했다”고 응답했다.
성서 분석에 평생을 바친 그가 성서에 대해 ‘독특한 관점’(unique perspective)을 갖게 됐다는 다소 애매한 부연설명도 뒤따랐다. 최근 패밀리 스테이션스가 제공한 언론 발표문 내용을 소상히 소개한 플로리다주의 일간지 올랜도 센티넬은 캠핑이 토목공학 학위를 지니고 있다고 소개하고 그의 추종자들은 홍수가 ‘두번째 달의 열일곱번째 날’(17th day of the second month)에 시작됐다는 창세기의 구절을 심판의 날을 풀어주는 열쇠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캠핑이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 날짜가 유대력으로 5월21일에 해당한다”는 풀이를 내렸다며 “그러나 그는 17년전에도 1994년 9월6일을 종말의 날로 예고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떠들썩하게 예수의 재림과 믿는 자들의 ‘들림’이 이뤄질 날짜를 구체적으로 예고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것. 이에 대해 캠핑은 “그때는 성서연구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는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성서에 등장하는 ‘심판의 날’을 5월21일로 예고한 해럴드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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