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후 제조업체들 해외이전
미래 관련한 불안감 폭넓게 확산
“일본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어”
<이시노마키, 일본> 이 지역의 최첨단 공장으로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후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쓰나미로 배들이 모두 떠내려간 히가시 맛수시마 마을의 어부들은 규모를 줄여 생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기 공급이 아직 원활치 못한 가운데 도쿄를 대표하는 건물에 내걸린 네온사인은 어두워졌다.
일본 전역에는 지난 3월11일 닥친 자연재해와 원자력 참사가 일본의 전후 경제 질서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복구를 하더라도 이전의 현상유지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자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이미 저가 라이벌들에 의해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던 제조업 분야에 결정타를 날렸다. 일본이 오랫동안 두려워 해온 산업 공동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령화되면서 줄고 있는 일본 인구는 힘찬 회복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일본경제는 불안정한 원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일은 비용이 더 든다.
만약 일본이 지난 수십년 간 괴롭혀 온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닌, 경제적 재탄생을 성취하려면 그것은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 경제 각료이자 정책연구대학원 부총장인 히로코 오타는 “회복을 위한 회복은 안 된다. 신경제를 위해 출발점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재난과 복구에 익숙한 사회다. 일본 경제는 전면적인 복구 노력으로 지난 1995년 고베를 엄습한 대지진의 여파를 잘 극복해 냈다.
그러나 재건에 직면한 지금의 일본은 당시보다 더 약해져 있다. 인구의 평균연령은 그때보다 약 6년이 높아져 2009년 현재 44.6세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성장에 부담이 되고 의료와 연금지출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규모의 2배에 달하는 공적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정부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호세이 대학의 타카요시 이가라시 정치학 교수는 “많은 면에서 이번 재해는 전례 없는 일이다. 일본의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제조업 역시 그렇게 보인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서킷보드를 공급하고 있는 메이코 전자의 경우를 보자. 쓰나미가 이곳 이시노마키에 소재한 메이코 전자의 생산 공장을 덮쳐 시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후 회사관계자들은 일본 내의 생산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이번 재해로 또 다른 메이코 공장이 피해를 입었다.
메이코는 이미 생산량의 80%를 해외에서 만들고 있다. 일본 내 5개 공장 중 2개가 피해를 보고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일본 내 공장을 재건하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회사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의심할 바 없이 해외 생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완공된 중국 우한의 새 공장에서는 일본에서 만들던 메이코의 첨단 서킷보드 생산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서베이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지진 후 신속히 회복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아주 짧은 기간의 생산 차질과 전력공급 중단은 해외 경쟁기업들에게 충분히 기회가 된다고 경고한다. 또 이번 재해는 일본의 대형 다국적 기업들조차 일본 내 부품공급에 위험할 정도로 의존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따라 해외 공장이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세기 자동차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도요차 자동차는 현재 자동차의 절반을 일본에서 생산한다. 또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일본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내 17개의 도요타 생산 공장은 재해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피할 수 있었지만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의 부품공장들이 재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가동률은 일본 내는 평소의 절반, 해외는 40%에 머물고 있다. 도요타의 생산담당 부사장인 앗수시 니미는 지난 달 기자들에게 해외 부품생산을 늘리는 문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다른 산업들도 재편중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북동부 지여의 200개에 달하는 작은 항구들을 11개의 허브로 통합하는 안을 만들었다. 이번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 현의 어촌인 히가시 맛수시마의 어부들은 단순한 재건을 넘어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인구가 날로 줄고 고령화 되는 현실과 싸우고 있다. 이 마을에 남아있던 27명의 굴 양식업자들 가운데 3명은 쓰나미에 배가 휩쓸려 가는 바람에 사망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대부분 집을 잃었으며 수십년 간 힘들여 만든 굴 양식장도 날려 보냈다. 미야기에서 나는 굴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남은 양식업자들은 힘을 모아 이전보다 작은 규모로 다시 굴양식을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거의 기적적으로 쓰나미를 견뎌 낸 약 1,000개의 종자 굴로 양식을 시작할 것이라고 19세 때부터 어업을 해 온 제스케 타카하시(64)는 말했다. 이른 아침 조업은 아직도 바다 위를 부유하는 타이어, 의류, 주택 지붕 같은 쓰레기들 때문에 중단되곤 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배도 줄고 굴도 줄고 사람도 줄어들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본의 정치 경제 중심지인 도쿄에서조차 일본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현대의 편리함들이 흔들리는 지진대 위에 선 산업시스템과 재해에 취약한 전력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겸손한 깨달음이 널리 퍼져있다. 1,300만명이 사는 도쿄는 얼핏 보면 지진 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기는 여전히 불안정하게 공급되고 있다. 이 도시의 많은 네온불빛은 여전히 어둡다. 도쿄의 상징인 시부야 위의 초대형 전광판을 소유하고 있는 도큐 부동산투자사의 대변인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우리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알기 힘들다”며 일본사회에 퍼져있는 불안감을 전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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