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겨울이 완연히 가고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에서 새싹들이 솟아나고 있다. 새싹만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하얗게 꽃잎까지 날리는 나무들도 많다. 잎 한 닢 없이 쓸쓸히 서 있던 나무들이 새로운 몸짓으로 봄을 부르고 땅에선 파릇파릇한 잔디들이 새 봄을 알린다. 누군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왜냐하면, 봄은 3월부터 시작되지만 3월은 추위가 가시지 않아 새싹들이 움츠려 고개를 내놓지 못한다. 그러나 4월은 큰 나무엔 새싹이 트고 작은 나무나 풀들은 잎까지 연두색갈로 물감 드리듯 솟아난다. 그래서 만물이 생동하며 새로운 기지개를 펴는 달이요 겨우 내 숨죽였던 땅 속의 생명들이 고개를 내밀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4월은 미국에선 두 개의 큰 절기중 하나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부활절이 있기에 그렇다. 부활절이란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가 인류의 죄를 구속하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날이다. 예수의 수난절과 고난주간에 이어지는 부활절은 어느 때는 3월에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4월에 있다. 예수가 태어난 날인 크리스마스는 추운 계절인 12월에 있다. 하지만 부활절은 만물의 생동함과 같이 하는 따뜻한 봄날에 있다. 부활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톨스토이의 <부활>이다. “<부활>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른바 ‘톨스토이즘’이란 현대의 믿음을 낳은 위대한 문호이자 사상가의 모든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문학비평가의 얘기다. 톨스토이가 71세(1899년)에 쓴 부활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은 아니다. 그 내용은 한 귀족(네플류도프 공작)과 한 창녀(카츄사)의 넋이 갱생하는 과정을 통해 톨스토이 자신의 젊었을 때의 방탕했던 과거와 당시 러시아 및 유럽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들의 위선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해부한다. 톨스토이는 <부활>을 통해 “사회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무서운 죄악을 적발하여 그 원인을 불완전한 사회조직과 불합리한 비판제도에 있다고 보고, 권력자에게만 필요한 법률, 부자에게만 유리한 경제 조직, 생명 없는 종교, 껍데기만의 도덕관이 얼마나 건전한 인간을 좀먹어 가는가를 명확히 폭로하고 있다.”“그러나 그것이 한 나라, 한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만인에게 똑같이 호소되고 있기 때문에 보편성과 영원성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편의 기조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인간을 비판하고 벌을 줄 권리가 있는가? 재판소나 감옥제도를 가지는 것이 합리적인가?’하는 것이다.” 문학비평가의 말이다.
생명이 탄생되는 것은 부활이 아니다. 생명이 탄생했다가 죽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부활의 의미다. 겨울이면 나무가 죽은 것처럼 되었다가 봄이면 다시 싹이 나고 잎이 피는 것은 부활과 같은 맥락이다. 나무는 겨울엔 꼭 죽은 현상처럼 변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그 나무는 죽지 않고 다시 또 살아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 같은 여건의 삶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것, 죽음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소생하는 것. 그것이 부활이다. 인간의 삶의 여정에서도 겨울 같은 때는 얼마든지 많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죽음 같은 겨울 내내. 얼어 죽지 않고 봄이 되면 다시 피어나는 새싹과 같은 새 생명과 새 삶이 바로 부활과 같은 것이다.
내일 24일은 부활절이다. 교회에선 아름답게 색칠한 계란을 모든 교인에게 나누어준다. 계란에는 병아리가 흑암을 깨고 새 생명으로 탄생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람 한 개인 개인만이 부활의 의미를 나눌 것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의 의미처럼 이 사회도, 국가도, 이 세계도 허위와 위선을 벗고 함께 부활의 의미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부활이란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종교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네플류도프와 카츄사처럼 죽음 같은 삶을 정리하고 갱생하여 다시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회적인 것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부활하다 보면 이 사회도, 이 세상도 부활하여 모두가 더불어서 함께 잘 살아가는 진정한 천국 같은 세상이 되어가지 않을까. 이 시간에도 파릇파릇 새싹들은 솟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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