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면 안타깝게 여긴다. 자신은 육체적으로 아무 부족함이 없는데 장애인은 부족함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각 장애인마다 다 다르겠지만 부족함이란 육체적인 것에 한한다. 실명자,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자, 듣지 못하는 자, 말 못하는 자, 자폐증을 가진 자, 지능지수가 약한 박약자 등등 모두가 신체적인 것이다.
신체적인 장애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의 장애다. 신체적, 즉 육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그 장애를 잘 극복하여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임에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것은 보이는 육체는 괜찮은데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장애가 있기에 그렇다. 시각장애인인 한국에 사는 송경태(50)씨는 29년 전 군에서 탄약고를 정리하다 수류탄이 폭발해 두 눈을 잃어버렸다. 제대 후 송씨는 인생을 포기했다. 저수지에 투신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성직자가 찾아와 ‘자살’을 주문처럼 외워보라고 했다. “자살자살자살자살자~”하고 외다보니 자살이 ‘살자’로 바뀌었다.
그의 인생 도전은 이렇게 ‘살자’로 시작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홍보를 위해 미국에 들어온 송씨는 뉴저지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안내견 하나만 데리고 3,000마일을 걸어 횡단했다. 그 횡단 중엔 사막도 있었다. 이 후 그는 계속 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다. 2005년 사하라사막, 2006년 고비사막, 2008년 남극대륙과 칠레 아타카마사막.2009년 나미브사막과 2010년엔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했다. 사막의 마라톤 코스는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6박7일이 걸린다. 발바닥 껍질이 벗겨진다. 송씨는 오는 6월 고비사막과 9월 호주 사막 마라톤에 다시 도전한다. 그리고 그는 올해 <신의 숨결 사하라>란 책까지 출간했다. 그는 “사막이 준 시련 덕에 인생은 살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의 육체는 눈으로 보인다. 자연 장애가 있는 사람도 그 장애가 눈에 보인다. 육체가 건강하려면 먼저 보이지 않는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아무리 육체가 장애 없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장애를 가지고 살면 그도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보이는 장애보다 더 고치기 힘든 장애가 마음의 장애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장애는 영혼까지 썩게 만든다. 산에 갈 때 마다 늘 보는 현상 중 하나가 있다. 커다란 나무가 힘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아주 덩치가 큰 나무들이다. 겉으로 보면 어디 하나 상한 곳이 없다. 자세히 보면 나무 밑둥치와 뿌리가 썩어 있다. 나무를 갉아 먹는 벌레들의 짓이다. 또 뿌리가 돌과 바위에 막혀 땅 속 깊이 내려뻗지를 못해 바람에 쓰러진 것들이다. 보이는 곳 보다 보이지 않는 곳, 즉 뿌리나 마음이 썩어들어 갈 때 그 보다 더 큰 장애는 없다.
한국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200여명의 고교생과 230여명의 대학생이 자살했다고 한다. 매달 40명꼴이다. 요즘 한국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자살과 유명교수의 자살 등등. 이들 자살들은 모두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해 일어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카이스트와 같은 유명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공부 잘하여 잘 살아 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자살한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였다. 이들에겐 육체적 장애는 안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자살하기까지의 마음의 장애는 아무도 보질 못한 것 같다. 얼마나 마음의 장애가 컸으면 자살까지 했을까.
지난 12일 오후 20대의 미국 여성이 허드슨 강에 자동차를 몰고 뛰어 들어 그녀와 아이들 3명이 익사한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부부싸움이 원인이라 한다. 그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생겨진 마음의 장애를 서로 극복하지 못하여 죄 없는 아이들(5세, 2세, 11개월)까지 죽게 만든 비극으로 끝났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는 날이다. 이 날을 전후해 열리는 장애인행사에 함께 참여해 그들을 격려하자. 또 이 날은 외모가 정상인 사람들도 마음의 장애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자신과 가족들을 점검하고 자신과 가족들을 격려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장애가 있으면 보이는 육체는 금방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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