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무(국사편찬위 해외위원)
4월에 접어들면서 원 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졌다는 한국발 뉴스가 전해지면서 만성적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한인사회 경기에 한가닥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불경기가 납덩어리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한인사회 분위기를 다소 회복시킬수도 있겠다는 기대와 함께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겠는가 하는 대책 마련이 한인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누구보다도 이를 반기는 계층은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 그룹. 이들이 활기를 띠게 됨으로서 한인사회 경기 활성화에도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해당 업계는 공략해야 할 대상을 잘 선택하고 업소 내외의 분위기 일신, 새상품 개발, 새로운 홍보계획을 세우는 등 전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원 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원화가 강세가 되고 일반적으로 원화가 강세일 때 한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난다는 관점에서 한인사회 경제 전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광과 무역부문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관광과 무역의 도시인 뉴욕으로서는 그런 의미에서 올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뉴욕의 여행업계는 시즌오픈인 5월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원 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이 무너지면서 오랜만에 저환율 시대로 진입했다는 소식은 일부 한인들에게는 실로 3년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확히는 3월31일 세계경기 회복에 기댄 글로벌 증시 강세와 달러 유동성 확대, 그리고 엔화 약세 기조 등이 어우러져 원 달러 환율이 1096.70원에 거래를 마침으로서 2008년 9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었다. 풍부한 달러 유동성과 원화 저평가에 따른 역외의 원화 매수 움직임 등도 원 달러 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폭등세를 보여왔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009년 3월 1597원을 기록한 후 하락 반전세로 돌아섰고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정부의 고강도 시장 개입이 없는 이상 원 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환율은 리먼 사태 이전 최저수준인 1080원대 진입도 가능해 보이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쯤 1040원대까지도 내려갈수 있다는 전망이다. 고환율 시절 누구보다도 고통이 심했던 이들은 한국으로 부터 송금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4월들어 저환율 시대에 진입하면서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희색이 감돌고 있다.
지난 3년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던 그들에게 환율 하락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때 1500원선까지 치솟은 환율로 인해 생활비 송금마저 위협을 받게된 유학생, 주재원들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들이 즐겨찾던 미국내 한인업소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이 미쳤다. 식당, 식품점, 커피샵, 제과점, 콜택시, 미용실, 심지어 술집까지도 불경기를 면치 못했다. 그만큼 원 달러 환율이 한인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음을 실감할수 있는 기간이었다.
원화가 강해지고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내 부동산 투자를 망설였던 한국 투자가들로부터 자금 유입이 될것으로 보이고 로스앤젤레스 쪽에는 벌써 한국으로 부터 문의가 늘고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반면 한국으로 부터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업계는 원가상승 압박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식품, 가정용품 업계는 더이상 환율이 내려가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편 원 달러 저환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
화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줘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을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한국의 대기업들이 높은 환율과 낮은 금리라는 조류를 타고 막대한 수출액을 올렸고 사상최대의 이익을 낸 결과 상당기간 견딜 힘이 생겼으므로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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