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로 인해 곤경을 당하자 한국은 생수와 생필품 등 수 천 톤의 구호품을 전달했다. 한국 적십자사는 수백 만 달러를 현찰로 일본 적십자사에 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대 재앙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지금도 모금하고 있다. 이웃 나라가 어려움을 당했으니 도와야 한다는 대 전제이다.한국에서만 일본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일본 을 돕고 있다. 뉴욕만 하더라도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일본 돕기에 나서서 십시일반 모금을 하고 있다. 이미 모금된 금액의 일부는 일본 총영사관에 전달됐다. 또 월드비전 등 세계의 큰 구호단체도 한인들을 통해 일본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망발인가.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가 한국의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국정교과서에 다시 싣겠다고 발표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8년 초등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이미 실렸고 2012년엔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다음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될 것은 안 보아도 그들의 속셈이 환히 들여다보인다.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한 수 더 뜬다. 한국이 자기네 땅이었던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하여 갖고 있다며 국제분쟁지역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더 한심한 노릇이다. 아무리,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의 정책이요 일본의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본의 지식인들도 거세게 항의를 하고 있다. 일본 시마네대 명예교수 나이토 세이추. 그는 1696년 일본의 에도 막부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 영토로 확인해 일본 어부들의 출어를 금지했으며 메이지 정부의 최고 국가기관인 태정관도 1877년 독도와 울릉도는 일본영토와 관계없으니 조심하라 했다고 주장했다.또 시모조 마사오 다쿠쇼대학 교수는 1905년 일본 외무성이 독도를 무주지 선점론으로 다케시마에 편입시켜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엔 독도가 일본영토가 아니라는 자료는 많이 있지만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며 그 자료들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도 지키기로 유명한 한국의 가수가 있다. 김장훈씨다. 지난 3월21일자 한국일보 본지에 나온 그의 심경을 들어보자. “애써 쌓기 시작한 한일 국민간의 우정, 혹시라도 일본이 교과서문제를 끄집어내 한국민에게 또 뒤통수를 치는 결례를 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그러나 그의 염려는 현실화되어 버렸다. 일본이 다시 독도망발로 한국민의 뒤통수를 쳤기에 그렇다. 일본대재앙으로 조용했던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도 다시 일어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돕겠다고 나선 한국 국민들의 지진성금이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다. 그것도 그렇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중등교과서에 싣겠다고 하는 망발은 자기를 돕고 있는 한국 사람의 뒤로 돌아가 뒤통수를 치는 일본이니 한국 국민들의 실망이 얼마나 크겠는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중등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하자. 일본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독도를 다시 뺏으려는 빌미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은 미래 어느 순간 사실이 될 수도 있는 현상이다. 멀리까지 내다보는 일본인들의 속셈 속에 한국은 더 이상 당해서만은 안 될 것이다. 일본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한국국민이 일본 돕기에 발 벗고 나서서 모처럼 한일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질 전망이었던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싶어 안타깝다. 정부는 정부대도 일본대사를 불러 한국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지만 어디까지 먹혀들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번 일본 독도 망발을 보면서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로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하늘의 재앙을 더 받아야 그제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이렇듯 두 얼굴의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한숨짓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도적인 면에서 그들을 돕는 것은 도와야 하니 모금은 계속돼야만 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한국사람, 정말로 마음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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