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주 영(주필)
인생은 수시로 변하는 계절과 같아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살맛나는 것이 아니던가. 매일 같은 계절이 반복되면 지루하고 너무 답답해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우리가 한국의 계절마다 다른 날씨가 그립고 또 한국과 같은 뉴욕의 기후를 좋아하는 것은 철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계절의 색다른 감각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얼마 전만 해도 살을 에이는 강추위가 계속되더니 어느덧 봄의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듯하다. 지금은 아무리 춥더라도 한 겨울 추위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봄이 우리 바로 곁에 다가왔다는 희망 때문이다. 아마도 한겨울 한파가 그대로 지속된다고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모두들 매우 우울하고 어두운 삶을 보낼 것이다. 봄은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하고 소중한 계절이다. 삶의 윤활유와 같은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다. 봄은 희망으로 상징되는 계절이다. 생물의 모든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겨우 내내 잠자던 동식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인간들도 모두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새로운 움직임을 하기 시작하는 절기가 봄이다. 예로부터 문화 예술인들이 저마다 봄이 되면 희망을
노래하며 봄내음과 향기, 바람, 그리고 소리에 마음을 담아냈다.
우리도 봄이 있기에 아무리 힘겨워도 희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끈임없는 도전정신을 갖곤 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봄은 우리에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실패한 삶조차 성공으로 바꾸는 에너지의 기원이 되게 한다. 봄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어떠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타협, 혹은 포기하지 말고, 뛰어넘을 수 있도록 계속 전진하라고. 그리고 변화하라고... 그러면 아무리 험난하고 먼 길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바라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조지 싱은 사람들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고 싶어하는 바람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봄에 그의 조언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성취동기를 창조하라’ ‘의욕에 기상나팔을 불어라’ ‘과감히 변화하라’고.
그는 묻는다.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자, 그는 죽은 자이다. 성공하려고 하지 않는 자, 그도 죽은 자이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저자의 충고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충격을 던져준다. 단지 의욕부족으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의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는가. 복잡해져 가고 있는 사회 구조에다 유례없는 경제불황, 숱한 난제 속에서 현대사회는 게으른 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현대는 바로 의욕에 찬 적극적인 행동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래는 바로 이런 의욕을 가진 자를 기다리고 있다. 변화를 꿈꾸고 목표에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안 된다고 하는 부정적이고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헤르만 헷세는 ‘데미안’에서 ‘알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한다. 남과 다른 진취적인 사고와 역동적인 자세,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는 말이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개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도전적인 정신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단련없이 정금이 만들어 지는가.
얼마전 현대 경영학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리 해밀의 ‘꿀벌과 게릴라(Leading the Revolution)’라는 책의 번역판이 나왔다. 이 책은 한마디로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만하다 초개처럼 죽어가는 정규군 꿀벌의 모습이 아니라 게릴라 같은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한다. 게릴라처럼 독특한 상상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기존의 질서를 뒤집는 무장된 군인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겨우내 춥고 힘들었던 시련을 참아내며 얻은 삶의 교훈은 어쩌면 험난하고 가파른 이 시대에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회초리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누가 고난없이 새벽을 깨울 수 있는가. 꽃샘추위 없는 봄을 보았는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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