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부국장 대우·경제팀장)
지금부터 대략 15년전인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비퍼(또는 페이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던 대표적인 무선 호출기였다. 비퍼는 성냥갑만한 크기에 ‘삐익 삐익’하는 신호음을 갖춘 기계였다. 작은 화면에 전화번호나 숫자가 일렬로 표시되는, 지금은 거의 추억이 된 전자기기다. 간단한 암호로 ‘8282(빨리빨리)’나 ‘1004(천사)’, ‘8255(빨리와)’, ‘0404(빵사와)’ 등의 표시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비퍼 연락을 받으면 즉시 공중전화 등을 찾아서 응답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 남자들은 이 비퍼를 ‘족쇄’라며 “좋은 시절 다갔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전성기를 누리던 비퍼에서 셀룰러폰(핸드폰)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90년대 후반부터였다.90년대 중반에 나온 미국영화에는 배우들이 어린아이 팔뚝만한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장면이 간혹 나온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서 쓰던 무전기처럼 큼지막한 제품이다. 지금 보면 우습지만 맨하탄 길거리에서 그런 셀룰러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주위 사람들이 한번쯤 뒤돌아볼 정도였다. 당시에 돈 좀 있었다면 카폰(car phone) 정도는 갖춰야 폼을 잡을 수 있었다. 일부의 사치품이었던 셀폰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진화한다. 무엇보다 크기가 작아지면서 한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 되더니, 반 접힌 전화기를 펴는 플립(flip)형, 위나 아래로 빠지는 스타일의 매트릭스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셀폰에 사진기능이라도 붙어있으면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었다.그러나 일반 셀폰의 인기는 대략 10년을 넘지 못한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개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보통 사람들은 또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해야 했다. 셀폰속에 MP3가 들어가고, 인터넷 기능이 추가되면서 스마트폰은 완성된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iPhone) 출시이후 스마트폰은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하는 어떠한 목적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괴물’이 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40대 이상의 한인 중에는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서도 여전히 일반 전화 기능만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인 중에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어떻게 켜는 줄 몰라 벨이 울리는데도 쳐다만 봤다는 사람도 있다.
시류에 따라가려면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데 막상 실생활에서 그다지 필요한 건 없고. 아예 관심을 끊으면 편할 것 같은데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얘기하니 모른 척하기도 어렵고. 피로감이 점점 커진다.이 시점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우리의 자세’라는 권리장전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우
리에게 스마트폰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를 허하라” 아니면 스마트폰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던데, 그거라도 다운받아야하나.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장난감’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덜 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다. 출퇴근이나 장거리 여행시, 혹은 약속시간을 기다릴 때 활용할 꺼리가 많다. 텍스트로 업무를 볼 수 있고, 이동 중 네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손금보기, 만화책보기, 복불복 게임, 가까운 카페 찾기 등등.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일단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 의외로 쉽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녀들이나 주위의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경험상 스마트폰을 가르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해 미국내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6.020만대이다. 셀룰러폰 보유자 중 스마트폰 보급률은 26%로,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7,3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 중 23.4%, 셀폰 보유자 중 31%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2014년에는 1억대가 넘어서 셀룰러폰 사용자 중 40%가 스마트폰을 쓸 것으로 전망
된다. 간단히 말하면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과의 격차는 계속 커질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은 스마트폰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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