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금년엔 눈이 와도 너무 많이 온다. 폭설대란이 이런 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이번에 온 눈까지 치면 뉴욕지역에선 지난 해 12월14일 이후 벌써 폭설이 8번째라 한다. 이미 뉴욕시는 3천800여만 달러의 제설비용이 바닥난 상태라 한다.
이번 주에 내린 눈, 특히 지난 수요일부터 내린 눈으로 또 다시 온 천지가 눈으로 덮였다. 이번에도 지난 첫 번째 폭설 때, 제설이 늦어진 것처럼 작은 길들은 제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들은 차량을 빼낼 수가 없었다. 차를 뺀다고 해도 길이 눈으로 막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버스도 다니지 않으니 수십 블럭을 걸어 전철을 이용해야 했으며 자연 출근길은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첫 번째 폭설시 제대로 눈을 치우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무더기 비난을 받으며 청문회까지 열렸는데 이번에 또 이런 늑장 제설작업이 이루어지니 다시 시민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하여튼, 이번 겨울은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나는 것 같다. 이미 뉴욕을 비롯해 미 동부에 내린 눈은 평균 적설량치의 4배가 넘는 량이 내린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또 얼마나 눈이 더 내릴지 궁금하다.
눈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사실이 있다. 뉴저지 모리스 카운티 소재 분튼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찰이 차량에서 도적질을 하고 도망친 범인을 잡았는데 폭설로 난 눈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추적해 잡은 일이다. 다들 눈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사이 그 도적 한 탕 하려다 눈 때문에 붙잡혔다. 폭설로 인한 희비는 경제적인 측면에 많다. 눈이 와서 재미를 보는 곳이 있나하면 눈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곳도 있다. 눈 치우는 삽과 기구 및 소금을 파는 철문점이나 겨울 의류, 즉 장갑이나 모자와 목도리를 파는 의류점 등은 재미를 보고 있다.
반면 한인들이 많이 하고 있는 네일 가게와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 등은 불황이다. 눈이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는데 손톱 발톱을 손질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다. 이렇듯,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폭설은 전체 경제의 불황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어 생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폭설이 내린 후라 떠오르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인도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그곳에서도 폭설이 뉴욕처럼 내렸나 보다. 밤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영하로 수십 도가 내려가는 날이었나 보다. 두 사람이 한 밤중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을 오르다 눈 속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다.
한 사람은 그냥 그를 지나쳤다. 그는 자기 갈 길이 바쁘다고 서둘러 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그를 지나치지 못하고 그를 등에 업은 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은 거칠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길은 미끄러웠다. 산을 넘어야만 마을이 있었다. 마을까지 가려면 새벽이래야 도착할 수 있다. 사람을 등에 업고 끙끙대며 험한 산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또 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 사람은 혼자서 빨리 산을 넘어가겠다고 서둘러 산을 올라간 사람이었다. 등에 사람을 업고 산을 넘은 사람의 경우. 두 사람의 몸에서 나는 열이 합하여 등에 업힌 사람도 살리고 자신도 살았다. 그러나 혼자서 살려고 먼저 산을 오른 사람은 몰아치는 찬바람을 막지 못하고 그만 얼어 죽은 것이다. 죽어가던 사람도 살리고 자신도 산 사람은 19세기 초에 살았던 인도의 성자로 불려 진 썬다 싱이다.
한파와 폭설까지 계속 겹쳐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서로 등을 대어주어 함께 살아남는 썬다 싱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혼자만 살겠다고 하면 혼자서 죽을 수도 있다. 더불어서 함께 살아남는 길을 택해야 서로 산다.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야 함께 산다.
폭설이 아무리 내린다 해도 반드시 뜨거운 태양은 눈들을 녹일 것이다. 또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고 여름이 될 것이다. 폭설도 땅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싹의 기운은 막지 못한다. 그것은 자연의 기운이요 우주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그 기운은 바로 내일이 있다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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